은행과 증권, 보험 점포가 한곳에 모여있는 ‘트리플 복합금융점포’가 올해 안에 나온다. 은행 증권 보험을 아우르는 복합점포가 등장하면 금융소비자들은 한 공간에서 은행업무와 증권 등 금융투자 업무, 보험상품 구입까지 한꺼번에 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8월부터 기존 은행·증권 복합점포에 보험사도 공간을 마련해 입점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3일 발표했다. 금융지주사별로 트리플 복합점포를 3개로 제한해 2년간 시범운영해 본 뒤 확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삼성, 한화, 교보생명 등 비은행 보험사는 은행계 보험사만 은행지점이라는 또 다른 판매 채널을 갖게 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보험 포함 복합점포' 허용…은행당 3개로 제한
○신한·농협·KB ‘적극적’

금융위는 기존 은행·증권 복합점포에 보험사가 입점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종합금융서비스 제공 및 소비자 선택권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트리플 복합점포를 전면 허용하면 40만여 보험설계사의 영업이 직·간접적으로 타격받을 수 있는 데다 비은행계 보험사의 반발 등을 고려해 2017년 6월까지 시범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지주사(은행)별 출점 한도를 3개로 제한하고, 증권 점포가 없는 ‘은행+보험’ 형태의 복합점포는 허용하지 않는다. 또 트리플 복합점포에도 전체 보험판매에서 특정 보험사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25% 미만으로 제한한 ‘방카슈랑스룰’을 그대로 적용한다.

은행·증권·보험 복합점포는 서울을 중심으로 10개 정도가 생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신한, 농협, KB금융이 트리플 복합점포 신설에 적극적이다. 연내 각각 한두 개 점포를 개설하기 위해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금융권의 은행·증권 복합점포는 5월 말 기준으로 44개다. 신한금융이 27개로 가장 많고, 농협금융과 기업은행이 4개씩을 보유하고 있다. 하나금융, 우리은행은 각각 3개, KB금융은 2개, BNK금융은 1개를 두고 있다.

○비은행계 보험사는 ‘불만’

삼성, 한화, 교보생명 등 비은행계 보험사들은 “25%룰 등 현행 방카슈랑스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2년 시범 운영이라는 방침에 대해서도 사실상 ‘트리플 복합점포’를 확대하기 위한 요식 행위 아니냐고 의심하는 분위기다.

전업계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위가 감독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은행창구 직원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보험 가입을 권유한 뒤 다른 지점 실적으로 돌리면 막을 방법이 없다”며 “보험설계사들의 영업활동도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의 복합점포 입점 허용이 향후 보험산업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금은 비금융지주 계열인 삼성·한화·교보생명의 빅3 체제지만 금융지주 계열인 농협생명, 신한생명의 추격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해보험 업계에서도 새로 KB금융에 편입된 KB손보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미국 등에선 금융상품 전문판매회사가 있을 정도로 업권별 판매 칸막이가 없다”며 “무작정 외국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은행, 증권, 보험별로 업무 영역이 획일적으로 나뉜 상황은 점차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완전판매 행위 등이 적발되면 엄중히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이지훈/김일규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