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연말정산 파동’으로 면세자 비율이 48%까지 치솟았지만 정부 국회 모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 5월 소위 ‘연말정산 보완대책’ 과정에서 면세자가 무려 30만명이나 늘어나자 정부에 면세자 축소 방안을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지난 2일 표준세액공제 축소, 특별세액공제 한도 설정, 근로소득 최저한세 신설, 근로소득공제 축소 등 다양한 대책을 보고했다.

하지만 국회는 이날 아무 결론도 못 내렸다.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기재부 역시 “조세원칙과의 정합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유보적 의견을 냈다. 서민층이 ‘세금폭탄’을 맞았다며 면세자를 늘리라고 요구하던 정치권이 이를 다시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으니 어떻게 보면 예견된 결과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국회가 세금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여론에 휘둘려 세법을 뜯어고쳤기 때문이다. 올초 일부 언론은 ‘13월의 세금폭탄’이라며 대다수 근로자의 세금이 연말정산 과정에서 크게 늘어나는 것처럼 보도했다. 연말정산 보완대책이 나온 배경이었다. 하지만 기재부 분석결과 전체 84%에 해당하는 연 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 1361만명의 세 부담은 전년보다 평균 3만1000원 줄었다. 잘못된 기사가 잘못된 여론으로, 다시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다.

헌법 38조가 모든 국민의 납세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도 50%에 육박하는 근로자가 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낸다는 것은 문제다. 이는 보편과세의 원칙에도 어긋나고 선진국 면세자 비율(20~30%)에 비춰봐도 너무 높다. 국회는 또 중장기 검토과제로 넘겨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