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부진·유가하락 영향…영업이익률은 개선
"가격효과 빼면 수익성 좋아졌다 보기 어려워"

수출 부진과 국제유가 하락 여파로 올 1분기 국내 대기업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률과 같은 수익성 지표는 다소 개선됐지만,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을 제외하면 기업들의 경영여건은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2일 한국은행이 국내 외부감사 대상 법인 1만6천여 곳 가운데 3천65개 기업을 표본조사해 발표한 '1분기 기업경영분석' 통계에 따르면 조사대상 법인기업의 매출액이 1년 전과 비교해 4.7% 감소했다.

이런 매출액 감소는 제조업(-5.7%)과 비제조업(-3.2%)을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박성빈 한국은행 기업통계팀장은 "매출액 감소는 일차적으로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수출가격 하락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며 "이밖에 엔저 심화와 세계수요 부진에 따른 자동차·스마트폰 판매 부진도 영향을 미쳤다"고 감소 배경을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석유화학 부문의 감소율(-20.7%)이 가장 컸다.

철강의 공급과잉으로 금속제품(-7.1%)도 작년 동기에 비해 매출이 줄었고, 스마트폰·가전제품의 수출감소로 기계·전기전자(-4.0%) 부문도 매출이 감소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5.5%)의 매출 감소율이 중소기업(-0.6%)의 감소율보다 컸다.

특히 대기업의 매출 감소율은 카드사태와 사스(SARS) 여파로 경기가 부진했던 2003년 3분기(-6.3%) 이후 근 12년 만에 감소율이 가장 컸다.

한국은행은 2014년 3분기까지 주로 대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영분석 통계를 내왔는데, 이날 발표한 통계의 대기업 부문과 조사대상이 거의 일치한다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기업경영분석 통계에 중소기업 경영성과가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자 이번 발표부터 조사대상을 금융감독원 지정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으로 바꾸고 조사방법도 전수조사에서 표본조사로 바꿨다.

원자재가격 하락이 기업의 매출액은 감소시켰지만 수익성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1분기 조사대상 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5.1%로, 작년 1분기의 4.7%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작년 1분기에 1천원어치를 팔아 47원을 남긴 기업들이 올해는 51원을 손에 쥐었다는 뜻이다.

제조업에서는 담배값 인상으로 식음료·담배 매출액 영억이익률이 같은 기간 6.6%에서 7.4% 올랐고, 정제마진 호조로 석유화학이 3.0%에서 5.4%에서 올랐다.

금속제품은 철광석 가격 급락으로 영업이익률이 4.1%에서 4.5%로 올랐고, 서비스업은 저유가에 따른 항공업 수익 개선으로 영업이익률이 4.2%에서 5.0%로 뛰었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4.6%→5.1%)의 영업이익률이 나아졌지만, 중소기업(5.0%→4.7%)은 악화했다.

이는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기계·전기전자 영업이익률이 8.8%에서 7.1%로 크게 낮아지면서 전자부품 협력업체들이 영향을 받은 탓으로 추정된다.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은 같은 기간 357.3%에서 385.7%로 개선됐다.

부채비율은 105.6%로 1년 전과 같았고, 차입금의존도도 27.3%로 1년 전(27.4%)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었다.

박 팀장은 "기업 수익성 지표가 전반적으로 개선됐지만 여기에는 유가 하락과 같은 가격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며 "가격효과 영향이 적은 기계·전기전자 부문은 영업이익률이 하락한 것처럼 가격효과를 제외하고 보면 전체 기업의 경영여건은 부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