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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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스트투자증권은 온라인에 뿌리를 두고 있다. 국내 최초의 온라인 증권사로 1999년 미국 이트레이드증권과 일본 소프트뱅크, LG투자증권이 공동 출자해 설립했다. 이후 투자은행(IB)과 법인영업, 프라이빗뱅킹(PB) 등으로 사업 분야를 넓혔지만 업계에서는 ‘온라인 DNA’를 갖춘 증권사로 통한다. 혁신과 스피드, 저비용, 쌍방향 소통 같은 온라인의 강점을 증권업무에 접목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몸집은 작지만 올 1분기에 업계 최상위권인 37.2%의 순이익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해외 상품 강화 등으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나섰다.

16년 만에 새 이름, 새 출발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이트레이드투자증권의 새 이름이다. 지난 4월1일, 설립 16년 만에 사명을 바꿨다. 2008년 최대주주가 사모펀드 G&A로 바뀐 이후 종합증권사로 역량을 키우면서 사명 변경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기존 사명이 온라인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이미지를 대변해 종합증권사로 성장하는데 적절하지 않다는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명은 온라인 중심의 종합증권사라는 특성은 그대로 살리되 증권업계 ‘베스트(최고)’가 되겠다는 각오가 담겨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정종열 이베스트투자증권 경영기획본부장은 “증권업을 둘러싼 사업환경은 증권사에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 증권사가 구체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온라인 투자의 역사를 써왔듯 사명 변경을 통해 증권업계에 또 하나의 분기점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업계 28위 수준이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순이익 등 수익성 부문에선 업계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ROE는 6.8%로 업계 4위를 차지했다. 증권업계에 구조조정 열풍이 몰아친 2013년, 2014년에도 매년 10% 이상 인력을 확충했다.

‘특화 전략’…틈새시장을 공략하라

이베스트투자증권의 강점은 특화전략에서 나온다. 사업부문마다 특화 분야를 선정해 집중 육성한 뒤 이를 다시 다른 부문으로 확장해 전체 경쟁력을 키우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과거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투자 시대로 전환을 주도한 경험에 기반하고 있다.

온라인 브로커리지라는 뿌리에서 출발해 법인영업, IB, 트레이딩 등을 하나씩 특화사업화하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일정 수준의 리테일 서비스망, 리서치센터와 IB 연계 상품, 트레이딩 기반의 투자 솔루션 등이 균형 있게 시너지를 창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관계자는 “이상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로 온라인 30%, 리테일(오프라인) 10%, 법인영업 20%, IB 20%, 트레이딩 20%를 잡고 있다”며 “지난해 매출 구조가 이상적인 포트폴리오에 가까워진 만큼 지금부터는 전체 외형을 확대해 규모의 경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반이 되는 온라인 브로커리지 사업은 ‘직접 투자하기 가장 좋은 증권사’를 목표로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명 변경 이후 투자솔루션팀을 비롯해 온라인본부 내 정보팀과 아웃바운드 상담팀을 신설했다. 신규 조직은 시장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고객과 가까운 거리에서 투자정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상품은 대형사와 차별화할 수 있도록 고수익 상품 위주로 구성할 방침이다. 국내 증권업계가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해외사업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이미 해외 선물,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해외 상품을 국내 투자자에게 소개하고 있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해외 ETF 서비스에 대한 투자자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부동산 중심의 IB 복합 상품과 정보기술(IT)을 적용한 솔루션 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온라인 펀드 사업도 전면 개편할 계획이다.

인터넷전문은행 등 선점 채비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인터넷전문은행을 비롯해 방문판매법 개정, 복합계좌 개설 등으로 새롭게 열리는 금융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이베스트투자증권이 미래 승부처로 꼽는 분야다. 반드시 해야 하고, 가장 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등의 사례를 바탕으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법인영업은 이미 업계 선두권을 굳힌 해외 파생상품 사업을 중심으로 확대하고 있다. 증권사 중에서 가장 먼저 해외 파생 사업을 시작한 이래 양적·질적으로 업계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파생상품 규제가 심화되면서 선택 폭이 좁아진 파생상품 투자자들이 새로운 투자처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리서치센터는 지난해 말 국민연금이 거래 증권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평가에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등급이 상향 조정됐다. 대형 증권사와 차별화한 특화 전략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확고한 수익 모델을 구축하고 있는 트레이딩 부문과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IB 부문도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각 부문이 고루 성과를 거둔 덕분에 이 회사는 지난해 전년 대비 순이익이 약 8배 증가했다.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이 이미 지난해 전체 순이익의 90%에 달하는 등 가파른 실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홍원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사장은 “증권업황이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위기의 연속이긴 하지만 끊임없이 변화해 나가면 오히려 회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