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300가구 이상 아파트에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는 ‘대형 아파트 회계감사제도’가 시행됐지만 첫해부터 파행을 겪고 있다.

아파트관리사무소와 입주자들은 “회계장부를 보여주기 싫다” “실속 없이 관리비만 오른다” 등의 이유로 감사 요청을 꺼리고, 회계법인들도 “수익성이 없다”며 새 시장을 외면하고 있어서다.

2일 한국경제신문이 국토교통부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의 아파트 회계감사 계약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국 300가구 이상 아파트 9925곳 중 지난 6월 말까지 회계감사 계약을 맺은 곳은 571곳으로 집계됐다. 회계감사 대상의 5.7%에 불과하다.

국토부는 지난해 주택법을 개정해 올해부터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은 매년 10월31일까지 외부감사를 받도록 했다. 외부감사를 받지 않으면 아파트 관리주체(관리사무소)에 1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법은 개정 직후 아파트 난방비 관련 비리를 폭로해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배우 김부선 씨의 이름을 따 일명 ‘김부선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감사계약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회계사(법인)와 아파트 주민 모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관리비를 둘러싼 부조리를 척결하는 데는 모두 공감하지만 정작 관리비 상승을 부담스러워하는 주민이 많고, 회계사는 회계사대로 감사보수가 너무 싸다는 불만이 있는 것이다.

특히 주택관리사협회와 아파트입주자대표연합회 등 아파트 감사 의무화에 반대하는 단체들이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 회계법인들의 아파트 감사 참여를 독려하던 한국공인회계사회를 담합 혐의로 신고하면서 관련 단체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하수정/김태호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