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통시장 상품권 300억 구입"
삼성그룹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삼성은 2일 메르스 여파로 침체된 내수경기를 살리고 극심한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을 지원하기 위해 전통시장 상품권 300억원어치를 구입하는 방안 등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은 전통시장 상품권을 계열사 사업장에서 일하는 협력회사와 용역회사 직원에게 지급, 소비를 늘리는 데 이바지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이 설 추석 등 명절이 아닌 시기에 전통시장 상품권을 구입해 협력사 직원 등에게 돌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삼성은 중국 베트남 등에서 해외관광객 1000명 이상을 유치하고 농산물 직거래장터를 개설하며, 임직원에게 휴가를 앞당겨 사용하되 가급적 국내에서 보내도록 권장하기로 했다. 삼성 관계자는 “메르스로 인해 경제가 폭탄을 맞은 것처럼 침체되고 중국인 관광객 발길도 줄었다”며 “경제가 위축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내수진작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삼성, 농산물 직거래장터 21곳 운영
임직원 여름휴가 때 국내 여행 권장


삼성은 지난 설 명절에 200억원 규모의 전통시장 상품권을 구입했다. 오는 9월 추석 명절에도 비슷한 규모의 상품권을 사서 돌릴 예정이다. 올해는 예외적으로 여름 휴가철에도 상품권 300억원어치를 구입하기로 했다. 이를 협력사나 용역사 직원에게 나눠줘 침체된 소비를 증대시키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메르스로 직격탄을 맞은 관광산업 지원을 위해서는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 사업장에서 거래처 및 고객 초청, 우수 직원 포상 휴가 등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 1000명 이상을 유치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연고가 있는 외국인을 국내에 초청함으로써 관광산업에 다소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7월 말~8월 초에 집중된 삼성 임직원의 여름 휴가를 이달 초·중순으로 앞당기고 국내 여행을 권장하기로 했다. 삼성 관계자는 “가능한 한 1주일 이상 휴가를 사용하도록 임직원들에게 권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메르스에 이어 극심한 가뭄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농어민 지원 방안도 마련했다. 이를 위해 조만간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등 전국 21개 사업장에 농산물 직거래장터를 개설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억원가량의 지역 상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삼성 계열사 임직원 1만여명은 ‘1사1촌 자매마을’ 등 전국 200개 마을에서 일손 돕기에 나선다.

삼성은 메르스 불황 막기에 나선 정부와 경제 단체들의 움직임에 호응해 이번 지원책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메르스 관련 사과도 지원책 마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메르스로 중단한 사내외 행사를 재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삼성은 메르스 확산 이후 신입사원 하계 수련회, 해외 법인장들이 모이는 전략회의, 일반인 대상 토크 콘서트(플레이 더 챌린지) 등 대규모 행사를 잇달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메르스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위축돼서는 안 된다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삼성뿐 아니라 재계도 메르스 불황 해소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5일 현대자동차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3개월간 자동차 할부금을 유예하고 소비자가 할인 대신 전통시장 상품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메르스 관련 지원책을 내놨다. SK그룹은 메르스 여파로 헌혈이 급감하자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헌혈에 참여하고 해당 임직원 숫자만큼 전통시장 상품권을 기부해 내수 활성화를 돕기로 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