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의 서울시내 면세점 세 곳 입찰에 21개 업체가 나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대기업 오너부터 중견·중소기업 최고경영자까지 총출동해 사운을 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최종 선정이 1주일 앞(10일)으로 다가와 재계 초미의 관심사다. 또 문화체육관광부가 복합리조트 카지노 사업자 두 곳을 선정하는 데 국내외 34개사가 몰렸다. 롯데 코오롱 등 대기업과 수협 GKL 수자원공사 등 공기업, 지자체까지 나서 뜨거운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기업들이 돈 되는 사업에 몰리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시내면세점과 복합리조트 카지노는 요우커 등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맞물려 소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알려져 있다. 정부의 면허를 얻어야 가능하므로 일단 사업자로 선정되면 진입 프리미엄을 누리게 된다. 면세점이나 복합리조트나 고용창출 효과가 크고 부가가치, 지역경제 파급효과 등도 상당하다. 잘만 활용하면 침체된 경기에 다소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영 씁쓸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생산 투자 소비가 다 위축된 판에 면허사업 입찰에만 기업들이 투자하겠다고 북새통을 이루는 게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더구나 자동차 반도체 등 주력산업마저 부진하고 내수소비는 꽁꽁 얼어붙은 마당이다. 이미 지난 5월까지 경제지표는 메르스 여파가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줄줄이 뒷걸음이었다. 수출은 6개월째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은 7개월 연속 1%도 안 된다. 올해 성장률은 ‘잘해야 2%대’라는 정도다. 이러니 기업들이 면허사업에만 몰리는 것을 나무랄 수도 없다.

메르스 경제 파장, 그리스 사태, 중국 경기둔화 등 나라 안팎에 악재투성이다. 게다가 정부와 정치권은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 온실가스 배출 37% 감축, 경영권 방어 규제강화 등을 추진하며 기업의 발목을 잡는 데 혈안이다. 경제활성화 법안은 아예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 하지만 위기일수록 절실한 게 혁신이고, 어려울수록 빛나는 게 기업가 정신이다. 아무리 금리를 내리고 추경을 늘려 편성해도 기업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경제회복은 요원하다. 부디 기업인들이라도 힘을 내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