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내 의식을 조종하는 타인들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받고 살까. 1950년 솔리몬 아시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를 알아보기 위한 심리학 실험을 한다. 길이가 다른 두 선을 놓고 실험 참가자에게 어느 쪽이 더 긴지 묻되, 대답을 듣기 전에 주변 사람들 모두가 틀린 대답을 하게 했다. 참가자의 76%가 적어도 한 번 이상 다수의 의견을 따랐다. 사람들이 타인의 의견에 휩쓸려 ‘흰 것을 검다’고 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학전문잡지 뉴사이언티스트 수석편집자로 영국왕립학회 수석연구원을 지낸 마이클 본드는 타인의 영향력에서 “사람들은 자기 의지대로 선택하고 행동한다고 믿지만, 의식하지 못하는 와중에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지속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현대인은 그런 경향이 더 강하다고 주장한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발달로 인류 역사상 타인과 가장 촘촘하게 연결된 ‘사회적 소집단’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저자는 동조심리와 집단사고, 방관자효과 등 사회심리학적 개념을 이용해 한 사람에게 타인의 의견과 감정이 어떻게 스며드는지 설명한다. 또 개인의 삶을 사회적 관계라는 맥락에서 조명하면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적절한 주체성을 유지하며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방법도 함께 제시한다.

그는 “비교와 공감을 오가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나가는 것이 사람의 기본적 속성”이라며 “타인과의 소통을 원하면서도 비교를 그만두고 혼자 쉬고 싶어하는 욕망을 오가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타인과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