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된 22층 강남 아파트, 수직증축 리모델링 추진
지은 지 16년 된 22층 높이의 서울 잠원동 잠원동아 아파트(사진)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에 나선다. 리모델링 허용 연한인 15년을 갓 지난 20층 이상 중고층 단지가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준공 뒤 20년 이상 지난 15층 이하 단지들이 리모델링을 추진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단지의 사업 성패가 1990년대 후반 지어져 재건축을 진행하려면 15년가량을 더 기다려야 하는 중고층 아파트 단지들의 리모델링 사업 추진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리모델링으로 148가구 늘릴 것”

2일 주택정비업계에 따르면 991가구 규모의 잠원동아 아파트는 입주자 대표회의 등을 중심으로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주민 동의서를 받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510여가구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위 측은 내달 말이면 991가구의 3분의 2인 655가구 동의를 얻어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조합 설립 뒤 안전진단,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리모델링에 들어간다.

16년 된 22층 강남 아파트, 수직증축 리모델링 추진
추진위 계획안에 따르면 기존 59㎡(이하 전용면적) 주택형은 72㎡로, 84㎡는 102㎡로 확장한다. 316%인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을 447%로 높여 148가구를 늘린다.

현재 지상과 지하를 합쳐 1025대의 차량을 댈 수 있는 주차장은 지하주차장 증축을 통해 1484대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일부 복도식 소형 아파트는 계단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내진(耐震)과 층간소음 방지를 위한 보강공사도 이뤄진다.

겉보기에 멀쩡한 단지 주민들이 리모델링에 나선 것은 주차공간 부족과 심한 층간소음 문제 때문이라고 추진위는 설명했다. 재건축이 사실상 어려운 것도 주민들이 서둘러 리모델링에 나선 이유다. 전면 재건축을 하기 위해선 법적 허용시점인 2029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미 용적률이 316%에 달해 수익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용적률 제한(최고 300%)에 걸려 거꾸로 가구 수를 줄여야 한다.

신석희 추진위원회 이사는 “리모델링을 하고 나면 용적률이 400%를 넘어 단지가 답답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현재 자동차로 가득한 지상을 공원으로 만들면 주거 여건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리모델링 추진 소식에 집값 상승

추진위는 3개 층 증축을 통해 148가구를 더 지어 일반에 분양할 계획이다. 기존 집주인이 부담하는 비용을 가구당 약 6500만~8900만원으로 낮추기 위해서다. 일반 분양가를 3.3㎡당 3500만원 정도로 책정해 추산한 수치다. 수직증축 없이 리모델링을 한 서울 청담동 ‘래미안 로이뷰(청담 두산아파트)’는 가구당 약 3억원의 분담금을 냈다. 주민 이홍섭 씨는 “고급 내장재를 사용해 집안을 수선하고 인테리어를 하는 데도 5000만원가량 든다”며 “재건축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만큼 문제가 생긴 배관 등 시설을 한 번에 고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소식이 전해지면서 집값은 상승세다. 연초 8억9000만~9억원 선에서 거래됐던 84㎡는 지난달 평균 9억4500만원가량에 손바뀜됐다. 유재환 잠원한신공인 대표는 “잠원동아는 랜드마크 단지인 ‘반포 자이’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데다 잠원동이 재건축을 통해 부촌으로 변신하고 있어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