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스카라무치 스카이브리지캐피털 창업자 겸 공동대표(왼쪽)와 레이 놀티 최고투자책임자(CIO) 겸 공동대표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사무실에서 “그리스는 유로존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심기 특파원
앤서니 스카라무치 스카이브리지캐피털 창업자 겸 공동대표(왼쪽)와 레이 놀티 최고투자책임자(CIO) 겸 공동대표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사무실에서 “그리스는 유로존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심기 특파원
글로벌 투자자의 시선이 그리스와 중국에 쏠리고 있다.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는 그 자체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파괴적’이진 않지만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통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붕괴를 초래하는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거품 붕괴 우려다. 월가의 대표적 헤지펀드 중 하나인 스카이브리지캐피털의 창업자인 앤서니 스카라무치 공동대표와 레이 놀티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만나 글로벌 금융시장을 긴급 진단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그렉시트가 발생할 것으로 보나.

▷놀티=먼지(정치적 혼란)가 걷히고 나면 그리스는 유로존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만약 그리스가 5일 국민투표에서 긴축안 수용을 거부하고, 유로화 이전의 드라크마화 체제로 돌아간다면 그리스 국민은 은행에서 돈을 찾더라도 아무것도 사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드라크마화의 통화가치는 사실상 제로가 된다. 긴축을 하는 것보다 훨씬 나쁜 시나리오다.

▷스카라무치=구조적으로 보면 현세대의 과잉 약속과 과잉 소비, 과잉 신용이 겹쳐 발생한 문제다. 그리스는 (위기를 예고하는) ‘탄광 속 카나리아’다. 카나리아(그리스)는 이미 죽었다. 그리스 이외의 많은 국가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무모한 소비, 무모한 부채가 계속 문제되고 있다. 이런 과잉을 지속시킬 것인지, 아니면 개혁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그리스 문제는 그리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이슈다.

▷가장 큰 리스크는 다른 국가로 위기가 전이되는 것이다.

▷놀티=만약 그리스 국민이 구제금융안에 반대표를 던진다면 그렉시트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유로존의 다른 지역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유로존 내 결속이 강화될 수 있다. 또 다른 취약국인 스페인, 포르투갈 국민이 그리스에서 일어나는 일을 목격할 것이다. 아무 쓸모없는 화폐를 갖는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면 유로존 탈퇴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스카라무치=같은 생각이다. 그렉시트 이후 그리스 경제가 초토화되는 것을 목격하고 나면 다른 유로존 국가의 국민도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전이를 잘 막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렉시트가 현실화되더라도 나머지 국가가 유로존에 남아 있다면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 금융시장의 거품 붕괴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스카라무치=최근 중국 주식시장의 조정은 지난 1년간 급등한 데 따른 결과일 뿐이다. 거대한 상승장 이후에 조정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국은 40년 장기계획에 따라 움직인다. 수출 주도가 아닌 내수 주도의 경제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놀티=중국은 지금 부동산에 몰려 있던 거품을 주식시장으로 옮기고 있다. 중국 시장은 충분히 폐쇄적이기 때문에 이렇게 거품을 이동시키면서 진짜 위기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정부가 금리 인하를 통해 거품의 크기를 키우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놀티=중국은 몇 년 전 긴축으로 거품의 크기를 줄였고 지금은 약간 경기를 띄우는 국면이다. 근본적으로 이런 거품은 외부 자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비롯해 경제 전반을 관리하면서 거품도 통제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지난 10년간 1조달러에서 10조달러 규모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국 정부는 뛰어난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는 어떻게 예측하나.

▷스카라무치=저금리가 오래갈 것이다. 아마도 올해 한 번의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 규모는 작을 것이다. 금리를 올리는 폭이 작고, 빈도도 과거에 비해 훨씬 작을 것으로 본다. 그런 데다 (현재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이기 때문에) 만약 0.25%포인트씩 네 번을 올린다 해도 여전히 기준금리는 연 1%다. 연 1~2%의 기준금리는 경기를 둔화시키지 않는다.

▷놀티=같은 생각이다. 과거 미 중앙은행(Fed)은 긴축 사이클이 시작되면 분기마다 0.25~0.5%포인트씩 금리를 올렸지만 이번에는 0.25%포인트를 올리고 몇 개월을 기다리다 또 0.25%포인트를 올리는 식이 될 것이다.

▷스카라무치=만약 2년 전에 이런 대화를 했다면 사람들이 “Fed가 긴축을 시작했다”고 말했겠지만 지금은 인식도 달라졌다.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다는 것은 경제가 잘되고 있음을 뜻한다. 긴축이 시작되면 초기에 증시가 오르는 경향이 있다.

▷미국 증시가 너무 고평가됐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

▷스카라무치=분명히 싸지는 않지만 과도하게 비싸다고 볼 수도 없다. 확실한 것은 거품의 영역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증권사들의 고객 계좌를 분석해보면 여전히 현금이 상당히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헤지펀드업계의 현황은 어떤가.

▷놀티=최근 몇 년간 채권과 주식의 대세 상승장이 이어지면서 헤지펀드의 수익률이 뒤처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역전되고 있다. 지난 1~5월 주식 가치는 ‘수평선’을 달렸고 채권수익률은 하락했다. 반면 헤지펀드 평균 수익률은 3~5%를 기록했다. 앞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헤지펀드들이 돈을 벌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투자전략이 적합한가.

▷놀티=‘이벤트 추종(event driven)’과 ‘주주 행동주의’ 전략이다. 앞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겠지만 상승세는 이어갈 것으로 본다. 연 5%를 살짝 넘는 정도의 상승률을 기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인수합병 등을 겨냥해 투자하는) 이벤트 추종형 헤지펀드에 투자하면 주가 상승분과 이벤트를 통한 초과 수익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스카이브리지는 포트폴리오의 절반가량을 이 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에 투자해놓고 있다.

스카이브리지캐피털은 美 대표적 '펀드 오브 펀드'…운용자산 133억弗

스카이브리지캐피털은 뉴욕에 본사를 둔 미국의 대표적 재간접(펀드 오브 펀드) 헤지펀드 운용사로 운용자산이 133억달러(약 14조9500억원·지난 4월 말 기준)에 달한다. 연기금, 국부펀드,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로부터 투자금을 위임받아 헤지펀드에 투자한다.

스카이브리지가 2009년부터 매년 5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고 있는 대체투자 콘퍼런스(SALT)는 세계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가 대거 참석하는 대표적 행사로 자리잡았다.

창업자인 앤서니 스카라무치는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건설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고등학교 시절 풋볼 선수로 활약하다가 무릎 부상을 입은 뒤 진로를 변경해 보스턴 터프스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이후 하버드 법학대학원을 졸업, 골드만삭스에 입사해 영업을 담당하다가 1998년 자산운용사 오스카캐피털매니지먼트를 설립했다. 2003년 회사가 리먼브러더스에 인수되면서 전무급 자리를 맡았으나 2005년 독립해 스카이브리지캐피털을 설립했다.

레이 놀티는 2010년 ‘씨티그룹 대체투자 헤지펀드 운용그룹’의 최고경영자(CEO)로 있다가 이 회사가 2010년 스카이브리지에 인수되면서 공동대표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게 됐다.

뉴욕=이심기 특파원/유창재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