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중복투자 없이 시장 분리하겠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2일 정부가 내놓은 '거래소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한국 자본시장 역사에 큰 획을 긋는 획기적인 방안"이라며 "향후 한국거래소지주를 설립해 코스피와 코스닥시장간 역동성 넘치는 경쟁관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사옥 10층 기자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힌 뒤 "전세계 선진 거래소와 지분 맞교환, 인수·합병(M&A) 등 20~30년 자본시장 성장을 위해서는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과 기업공개(IPO)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단기적인 조직개편 등에 얽매여서는 안된다"라고 힘줘 말했다.

코스피 거래소와 코스닥 거래소간 구체적인 시장 분리 방안에 대해서는 중복기구를 없애 사회적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코스닥 거래소의 부산 본사 이전 사안 등은 지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다음은 최경수 이사장 일문일답.

▶ 지주회사 전환 시 코스닥거래소는 부산 본사로 이동하나.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코스닥 거래소의 본사 이동은 결정된 바 없다. 하지만 부산은 국내 자본시장의 해양중심지로 역할을 해나갈 수 있다고 본다. 부산지역과 얼마든지 본사 이동 등을 논의 할 수 있다. 정부, 협의기관, 지역사회와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논의해 결정해 나가겠다."

▶ 앞으로 적자·부실 기업의 '묻지마 상장' 우려는 없나.

"지금도 적자기업이 기술성평가 등을 통해 상장할 수 있는 문이 열려있다. 이번 방안은 전체적인 밑그림을 제시한 것이다. 향후 자본금 등 기본적인 안전장치를 연구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외형보다 기업의 실질적인 성장 가능성을 이전보다 더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술력이 뛰어나고 미래 성장성이 큰 기업들은 '쉬운 상장'을 통해 자금조달과 사업 확장이 가능하도록 이끌겠다."

▶ 코스닥시장 분리를 놓고 노동조합 등 직원들의 불만이 많다.

"2013년 거래소 이사장으로 일하게 되면서 공공기관 해제와 IPO, 지주사 전환 등을 재임 중 과제로 삼았었다. 지주사 체제와 IPO를 위한 선결 과제로 코스닥시장의 분리는 불가피하다. 이러한 문제를 놓고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있었다. 아직까지 직원들과 충분히 대화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직원들 사이에서 시장 분리에 따른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 앞으로 직원들과 대화해 요구 사항 등을 최우선 반영해 지주사 전환을 진행하겠다."

▶ 시장감시위원회의 완전 독립 주장에 대한 생각은.

"이 문제는 이미 금융개혁자문단, 금융위원회와 충분히 상의해 왔다. 거래소 지주사 IPO로 영리성이 확대되면 수익성 제고를 위해 시장감시를 약화시키는 등 이해상충 가능성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분리된 시장 자회사의 시장감시 기능은 별도로 분리된 비영리 법인에 위탁해 운용할 계획이다. 시장감시법인의 독립성을 확보해주고 현재 시장감시위원회 수준으로 기능을 유지하겠다. 다만 단독 거래소이기 때문에 시감위의 완전 분리는 좀 더 논의해봐야 할 사안이다."

▶ 거래소 주주들의 상장차익 처리에 대한 계획은.

"거래소 주주들의 상장차익은 상장 이후 시가에서 취득비용을 뺀 것이다. 주주와 학계, 정부와 거래소 등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모인 별도의 논의기구를 구성해 상장차익 환수 규모와 공익재단 설립 등을 통한 다양한 활용방안 등을 논의하겠다."

▶ 지주사 전환 시 비용 절감 문제에 대한 방안이 나왔나.

"지주사 전환을 위해 코스피 거래소와 코스닥 거래소 등 별도법인 자회사로 분리할 때 중복기구를 최대한 없애 사회적 비용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예를 들면 지주회사의 경영관리, 인사, 총무 분야 등 경영지원부서의 경우 중복기능이 없도록 조정하겠다. 지주사가 가진 기구와 기능을 자회사가 중복해서 구축하지 않도록 조정하겠다. 세계 유수 거래소와 교류, 정보수집, 해외마케팅 업무 기능은 지주사에서 총괄할 수 있는 식이다."

▶ 코스닥시장의 자생 가능성에 대해 전망한다면.

"아직까지 코스닥시장은 영업적자 상태이지만, 지난해 거래금액(약 2조원) 대비 요즘 거래금액은 두 배 이상 불어난 4조원을 웃돌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상장한 기업 수도 37곳인데 당초 목표인 100개 기업 상장이 달성된다면 코스닥시장의 규모는 상당해진다. 적자가 확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코스닥시장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성장한다면 유가증권시장과 거래대금이 맞먹을 정도에 이를 것이다. 자생력을 가질 수 있다. 이번 정부 내 코넥스시장 상장기업 수도 400~500여곳이 목표다. 성장성과 역동성이 넘치고 벤처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는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