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건강제품 유통 및 제조사 서서의 임서환 대표(왼쪽)와 직원들이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회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김동현 기자
미용·건강제품 유통 및 제조사 서서의 임서환 대표(왼쪽)와 직원들이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회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김동현 기자
한양대 화학공학과에 재학 중인 임서환 씨(23)는 대학 2학년 때인 2013년 미용·건강제품 유통 및 제조사 서서를 차렸다. 자체 제작한 헤어왁스를 미용프랜차이즈 주노헤어에 공급하고 있다. 서울 이태원과 제주도 등지에 매장도 열었다. 양의 태반을 원료로 만든 화장품을 호주에서 수입해 판매하기도 한다. 올해 매출 5억원을 바라보는 임씨의 창업은 한양대 기업가센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왁스를 만들 때 시제품 하나당 센터로부터 2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며 “제품을 유명 미용프랜차이즈를 통해 판매하는 아이디어도 센터로부터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센터를 전담하는 최진영 교수로부터 소개받은 한양대병원 의사와 함께 중풍·아토피에 효능이 있는 건강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대학생 창업 요람된 '기업가센터'
각 대학에 설립된 기업가센터가 대학생 창업의 요람이 되고 있다. 창업 아이템 선정과 관련한 실무 교육을 해주는 것은 물론, 시제품 개발과 판로 개척까지 도와준다. 중소기업청은 지난해 서울대, 한양대, KAIST, 포스텍, 숙명여대, 인하대 등 6개 대학의 기업가센터를 선정해 매년 5억~6억원씩 지원하고 있다.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창업자들이 성과를 내고 있다. 이렇다보니 기업가센터 유치를 위해 대학 총장들까지 직접 뛰고 있다고 한다.

2009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기업가센터를 설립한 한양대에서는 지난해 학생 창업이 20건에 달했다. 2012년과 2013년 각각 7건에서 세 배가량으로 늘어난 것이다. 센터 주관으로 모든 공대생이 수강하는 ‘테크노경영학’ 수업이 일등공신이다. 이 수업 수강생들은 5~6명씩 팀을 구성한 뒤 센터에서 받은 10만원의 사업자금을 토대로 한 학기 동안 창업 아이템을 구상한다. 센터는 초기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한양 스타트업 아카데미를 통해 사업타당성 분석, 재무문제 해결, 마케팅 판로 개척 등을 교육한다.

기업문화 관련 콘텐츠를 구직자들에게 제공하는 오피스N의 한성원 대표(28)는 “한양 스타트업 아카데미가 사업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올해 5억~7억원의 매출을 예상하는 한 대표는 테크노경영 특강을 2년째 맡고 있다.

지난해 9월 설립된 서울대 벤처경영기업가센터는 ‘벤처경영연합전공’을 복수전공으로 선택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창업교육을 하고 미국 실리콘밸리 등지로 견학을 보낸다. 벌써 창업자도 속속 나오고 있다. 벤처경영과 사회교육학을 복수전공하는 강현욱 씨(24)는 올 2월 아마추어 축구선수들의 기록을 관리해주는 회사인 비프로를 세웠다. 창업 4개월 만에 프로축구연맹의 유소년리그와 데이터 관리 계약을 맺었다. 강 대표는 “벤처캐피털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센터 교수들의 조언이 사업 아이템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인하대 기업가센터도 ‘스타트업 테라피’라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 경진대회를 열어 우수 창업 아이템을 가진 학생을 선발해 창업교육을 진행한 뒤 선배 벤처기업인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중고 신발 매입·판매 인터넷몰인 DEF슈즈를 운영하는 임중섭 씨(28)도 이를 통해 창업의 꿈을 키웠다. 그는 “시제품을 만든 뒤 시장 반응에 따라 제품을 개선하는 경영 기법을 스타트업 테라피에서 배워 활용하고 있다”며 “체계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을 짜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각 대학의 기업가센터가 실제 창업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면서 대학들이 기업가센터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중소기업청은 최근 서강대, 이화여대, 영남대를 지원사업 대학으로 추가 선정했다. 한 기업가센터 관계자는 “선정되면 3년간 최대 20억원을 지원받는 등 혜택이 많아 주요 대학들이 일제히 경쟁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