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적도 부근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는 현상)로 인한 기상이변 우려가 국제 농산물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농산물 관련 상품은 투자 수익이 개선된 반면 원료비 부담이 커진 식음료주는 동반 하락했다.
"슈퍼엘니뇨 온다"…농산물ETF 급반등
○농산물ETF·펀드 급등

시카고 상품선물거래소 곡물지수는 30일(현지시간) 6.5% 급등하며 나흘 연속 상승했다. 옥수수가 7.3% 치솟았으며, 밀과 대두는 각각 5.3%, 5.8% 올랐다. 최근 1주일간 밀 가격은 16.8%, 옥수수와 대두는 각각 13.4%와 7.9% 상승했다.

미국 곡창지대인 콘벨트와 플레인스 지역에 폭우가 지속되고 있고 미국 농업청이 발표한 곡물 재고와 경작면적 추정치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올해 여름 엘니뇨 현상이 지속될 확률이 90%라는 분석도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시황정보팀장은 “슈퍼엘니뇨가 닥치지 않는 한 농산물 가격 급등세는 다음달이면 잦아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산물 선물 투자자들이 기상이변이 현실화되기 전에 물량을 팔고 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격이 안정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농산물 관련 상품 투자가 유효한 투자전략이라고 조언했다. 밀, 옥수수, 콩 등 여러 농산물에 분산 투자하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인 ‘TIGER 농산물선물(H)’은 1일 전날보다 3.97% 오른 73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작년 10월 7000원대에 진입하며 상승세를 달리던 주가는 12월24일 고점(7815원)을 찍은 뒤 줄곧 하향세였다. 그러다가 최근 곡물가 상승세에 힘입어 이날까지 7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탔다.

농산물 펀드 수익률도 흑자로 돌아섰다. ‘미래에셋 로저스농산물지수특별자산’과 ‘산은짐로저스애그리인덱스’는 최근 한 달 동안 5.30%, 3.37%의 수익률을 올렸다. 옥수수, 밀, 대두, 설탕 등 4가지 농산물 관련 선물지수(S&P GSCI Agriculture Enhanced Select Index ER)를 벤치마크하는 ‘신한명품 분할매수형 ETF랩 3.0(농산물)’은 지난달 8일 출시 이후 100억원 이상이 유입됐다.

○음식료주는 ‘울상’

그동안 낮은 곡물가의 수혜를 누리던 식음료주는 크게 출렁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CJ제일제당은 전날보다 7.82% 급락한 40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양사(-6.61%), 대상(-5.06%), 샘표식품(-4.37%), CJ(-3.55%), 오리온(-2.77%) 등 주요 식품주도 동반 하락했다.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원화 약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도 식품주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송광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환율과 곡물가격이 동시에 오르면서 원가 부담 우려가 커졌다”며 “다만 대부분 업체들이 낮은 가격에 연말까지의 곡물 재고를 확보해 놓았기 때문에 당장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