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구 에이유 대표, 버려진 콩껍질로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해외공략 '시동'
“굶주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어떻게 식량으로 이런 걸 만들 수 있죠?”

한정구 에이유 대표(사진)가 밀 벼 옥수수 콩 등 곡물 껍질을 활용한 플라스틱 소재 개발에 뛰어든 것은 2005년이다.

당시 에이유의 주력 제품은 옥수수 전분을 원료로 생산한 친환경 합성수지였다. 한 기아체험 행사에서 전분을 원료로 한 쓰레기봉투를 후원했다가 항의가 빗발친 것이 계기가 됐다. 전분을 활용해 생산한 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보다 가격이 두 배 이상 비싸고, 가공성이 떨어져 사업 확장도 쉽지 않았다.

이때 주목한 것이 버려지는 농작물 껍질이었다.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곡물 껍질과 일반 플라스틱을 배합해보면 어떨까 생각한 것. 5년여 연구개발(R&D) 끝에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재료별로 최적의 배합비율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개발 과정에서 받은 특허만 12개다. 한 대표는 “일반 플라스틱과 물리적 특성은 비슷하지만 친환경 소재의 장점은 그대로 지니고 있다”며 “일반 플라스틱보다 가격이 20%가량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에이유는 비닐봉지와 용기 등을 생산해 주로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올리브영, 뚜레쥬르 비닐봉지와 한식 브랜드 비비고의 테이크아웃 용기, 사조 선물세트 상자 등이 대표적이다. 이마트, 동원F&B 등에도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제품군도 넓히고 있다. 올해 본격적으로 공구함, 제품 운반용 펠릿 등 산업용 제품 양산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작년 6월 경기 김포시에 연산 8000t 규모 공장을 지었다. 매출은 2012년 36억원에서 지난해 7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해외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지 플라스틱 업체와 함께 건설한 연산 1만t 규모의 중국 하얼빈 공장이 지난 4월 완공됐다. 곧 제품 양산에 들어간다. 한 대표는 “옥수수 등 각종 농산물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식품 공장도 많아 소재 수급과 판매가 수월한 것이 하얼빈의 특징”이라며 “중국 판매법인을 별도로 설립해 본격적으로 영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동남아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태국, 베트남 현지 업체와 제품 판매 협상을 벌이고 있다.

신소재 개발도 진행 중이다. 연내 보온, 보랭 기능이 있는 친환경 발포 플라스틱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