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한경DB>
삼성물산 <한경DB>
[ 김민성 기자 ] 1일 오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제일모직 합병 주주총회 소집통지·결의 및 자사주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결정이 나온다.

삼성 측은 일단 엘리엇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법원 판단을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다. 전자소송 특성 상 재판부 결정은 이메일로 삼성물산과 엘리엇 법률 대리인 측에 전달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오늘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룹 차원의 입장을 발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통상 매주 삼성 수요 사장단 회의 직후 열리는 그룹 미래전략실의 정기 브리핑도 열지 않기로 했다. 삼성 측 가처분 피소 주체인 삼성물산이 가처분 결과에 따른 공식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용대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19일 법정 심리 이후 양측 서면 자료를 받아 법리를 따졌다.

시가 총액 기준 합병비율 산정이 국내 시장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게 핵심이다. 함께 엘리엇이 해외에서 주식 및 국채를 싼 값에 사들인 뒤 '알박기' 수법으로 단기 차익을 챙긴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국내 기업 보호 차원에서 어떤 해석을 내릴지도 관심이다.

따라서 이날 법원 결정은 오는 17일 열릴 임시 주주총회의 안건 상정과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기각 혹은 인용 결정만큼이나 세부 판결문 내용이 주목되는 이유다.

삼성물산의 시가총액만으로 합병 비율을 따져 주주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엘리엇 측 주장은 국내 자본시장통합법 상 받아들여지기 힘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삼성 측이 발표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 1대 0.35는 지난달 합병 발표 시점의 양사 시가총액 기준이다.

엘리엇 측은 시가총액 만이 아닌 삼성물산의 자산가치까지 감안해 비율을 산정해야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소유한 토지와 공장, 시설 등의 인프라 가치까지 합치면 삼성물산 자산가치(29조5000억원)가 제일모직(9조5000억원)보다 훨씬 크다는 논리다.

엘리엇은 더 나아가 삼성물산이 배당금을 현금이 아닌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을 현물배당할 수 있도록 정관까지 개정해야한다고 요구 중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04년 시장가치로만 합병비율을 산정한 두산산업개발-두산건설 합병 당시 적합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현장+] 오늘 엘리엇 합병 가처분 '기각' 무게…숨죽인 삼성
국내 법조계는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경우 엘리엇이 사건을 해외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시가총액 기반 합병비율을 인정하는 국내와 달리 미국이나 유럽 등은 시가총액과 자산가치 등을 골고루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더라도 이달 17일 열릴 주총에서 반대 세력을 결집해 표 대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엘리엇은 최근 삼성물산 경영참가를 목적으로 주식 1112만5927주(지분 7.12%·주당 단가는 6만3500원)를 장내 매수한 대주주다. 삼성물산은 우호적인 삼성 계열사의 지분 합계가 삼성SDI 7.39%, 백기사로 등장한 KCC 5.79% 을 포함해 19%선이다. 국민연금이 9.79%, 외국인 지분은 32.11%로 더 많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기관투자가 서비스)의 찬반 의견 발표에도 이목이 쏠린다. ISS 평가는 외국인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합병 판세를 점칠 수 있는 중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ISS는 이르면 2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찬반 의견을 내놓을 예정이다. 삼성 우호 지분과 엘리엇을 필두로한 반대 세력 간 표 대결 양상을 점칠 수 있는 주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