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증권사 임직원 과도한 자기매매 막는다
국내 증권사 임직원들은 자기 돈으로 하루평균 두 번씩 주식 등을 매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계 증권사 임직원들이 자기매매를 거의 하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증권사 임직원의 이 같은 ‘단타’ 자기매매가 각종 금융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통제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금감원이 지난해 58개 증권사 임직원 3만2000명의 자기매매 신고계좌를 분석한 결과 국내 증권사 37곳 임직원의 하루평균 자기매매 횟수는 1.8회로 나타났다. 국내에 진출한 21개 외국계 증권사 임직원의 횟수(0.1회)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한 국내 증권사 직원은 6개월간 2만3310회, 하루평균 190회에 달하는 초단타 매매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증권사 직원은 부인 명의 계좌를 이용해 단타를 치다가 증거금이 부족해지자 회사 보유채권 26억원을 횡령한 사례도 발생했다.

국내 증권사가 해외 증권사보다 임직원 자기매매가 많은 이유는 내부 통제가 취약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골드만삭스,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는 임직원이 자기매매를 할 때 일일이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씨티증권, CLSA는 최소 14~15일, 골드만삭스는 최소 30일간 투자주식을 보유토록 해 단타 매매를 차단하고 있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매매사전승인이나 최소 보유기간 등에 대한 자기매매 내부통제가 거의 갖춰져 있지 않다. 중소형 증권사 중에는 회사 실적을 위해 매매회전이 잦은 직원에게 성과급을 높여줘 자기매매를 독려하는 곳도 있다는 지적이다. 잦은 자기매매로 고객관리에 소홀하게 되고 손실이 발생할 경우 자금 횡령 등 금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이날 ‘금융투자상품 판매·운용 관행 쇄신방안’을 발표했다. 쇄신안에 따르면 금감원은 3분기 중 증권사 임직원의 투자한도, 매매횟수, 보유기간 등에 대한 내부통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한편 과도한 자기매매를 유인하는 증권사의 성과보상체계를 점검키로 했다.

조국환 금감원 금융투자감독국장은 “지난해 증권사가 임직원 자기매매로 벌어들인 수수료가 675억원에 달했다”며 “회사 실적이 아닌 고객 수익을 위해 증권사 임직원이 일할 수 있도록 성과보상체계와 내부통제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사설메신저로 거래할 때 반드시 매매기록을 저장토록 하고, 신용등급에 따라 중개수수료를 차등화하는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매도리포트를 낸 애널리스트에게 인사상 불이익이 없도록 업계와 협력을 강화하고, 고객 투자성향과 관계없이 상품을 판매한 뒤 책임회피를 위해 ‘부적합 확인서’를 마구잡이로 발행하고 있는 행태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