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베의 ‘아이를 업은 여인’.
케베의 ‘아이를 업은 여인’.
아프리카 회화의 다양성을 살펴볼 수 있는 이색 전시회가 마련됐다. 7월13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아프리카 현대미술전’이다.

이번 전시에는 ‘아프리카의 피카소’로 불리는 콩고 화가 보템베를 비롯해 릴랑가, 헨드릭, 팅가팅가(이상 탄자니아), 두츠, 케베(이상 세네갈), 카툰, 마잉가, 리차드(이상 케냐) 그로버(가나) 타데세(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블루칩 화가’ 15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아프리카의 힘찬 에너지와 새로운 꿈의 동력을 서사적인 내용과 저항적인 감성으로 표현한 작품 100여점을 걸었다.

작가들은 원시적 에너지를 굴곡진 역사에 접목해 아프리카의 꿈을 화면에 쏟아냈다. 세네갈 태생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두츠(42)는 급변하는 아프리카의 현실을 시적으로 들춰냈다. 가난한 달동네 풍경과 더불어 자동차와 빌딩이 혼재하는 그의 화면에서는 원시와 현대가 공존하는 ‘검은 대륙’을 읽을 수 있다.

고대 암각화의 원시동물을 현대적인 만화기법으로 풀어낸 팅가팅가(56)는 콩고의 어지러운 현실을 동물 표정에 담아냈다. 강렬한 원색과 간결한 선으로 묘사한 동물들의 눈빛에서는 궁지에 몰렸을 때 내뿜는 독기 같은 게 느껴진다.

추상화가 보템베(56)는 흰색과 노란색 빨간색 검은색을 활용해 아프리카의 역사와 개인의 정서를 은유적으로 묘사했다. 그는 흰색을 신의 영역, 노란색을 조상, 빨간색을 어려운 현실, 검은색을 태초의 색으로 상정해 아프리카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펼쳐 보여준다.

고갱이나 마티스처럼 독특한 색감을 통해 독창적인 화풍을 구축한 케베(60)는 흰색과 검은색을 대비해 주로 목이 긴 사람과 꽃을 든 사람들을 그린 근작 6점을 내놓았다. 긴 목과 꽃을 통해 개성을 중시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하는 동시에 하늘에 가까워지고 싶은 종교적 욕망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화려한 색으로 마콘데족의 역사를 강렬하게 담아낸 릴링가(1934~2005), 일상의 소망을 색채와 문양으로 풀어낸 카툰(39), 사람의 몸을 대문처럼 묘사한 타데세(62), 다양한 사람들의 표정을 캐릭터처럼 그린 헨드릭(41), 유령 같은 이미지를 즐겨 그리는 리차드(44) 등도 아프리카의 역동성과 소외감을 동시에 꼬집는다.

전시를 기획한 정해광 아프리카미술관 관장은 “머리로 느끼고 가슴으로 생각하는 생활방식 때문에 아프리카의 색은 참 밝은 것 같다”며 “수천년을 성전이나 율법으로 인간을 가두지 않고 순백의 심성으로 아프리카를 표현한 작품을 보면 삶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02)736-102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