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사회에 걸맞은 인재상은 '간판보다 실력'입니다. 안전제일 직업관을 벗어던지고, 청년층이 잡프런티어의 주역이 돼야 한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스펙초월 채용문화'로의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한경닷컴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롤모델이 될 전문 지식인과 맞춤형 전문대 교육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 김봉구 기자 ] ‘재빠른 손놀림이나 여러가지 장치, 속임수 따위를 써서 불가사의한 일을 해 보임. 또는 그런 술법이나 구경거리.’ 마술의 사전적 정의다.

/ 쇼디자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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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오랫동안 마술 후진국이었다. 관객들은 까다로웠다. 마술을 공연 장르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눈속임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마술사란 직업이 환영받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이은결, 최현우 같은 대중에게 친숙한 마술사가 나온 건 최근의 일이다.

이기석 마술사(29·사진)는 어릴 적부터 대학 때까지 컴퓨터를 공부한 학생이었다. 마술을 즐겼으나 직업 마술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취미로 그치기엔 마술이 너무 좋았다. 결국 과감히 전공을 접고 당시 전국 유일의 마술학과가 개설된 동아인재대에 입학했다.

‘루카스(Lukas)’란 예명의 어원(빛)처럼, 마술은 그에게 빛이었다. 마술이 좋아서 시작했고 마술에 미쳐서 살았다. 고민이 많았지만 ‘좋아하는 것을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했다. 짧은 단어에 자신의 이름 이니셜이 모두 들어간 것도 이 예명을 택한 이유가 됐다.

처음엔 집안의 반대가 많았다. 이씨는 밤을 새워가며 마술을 연마했다. 늦어도 20대 중반까지 눈에 보이는 실적을 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강했다. 노력은 빛을 봤다. 각종 국제대회 우승에 이어 세계마술올림픽 격인 2012년 피즘(FISM) 매니플레이션(manipulation: 손기술 위주 마술) 부문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은결이 지난 2003년 피즘에서 이 부문 준우승을 한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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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사 쇼디자인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마술은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의 감정을 흔드는 장르다. 그때그때 달라지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장르가 마술”이라며 “끝이 없다는 게 마술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모교 겸임교수로 후배들도 가르치고 있다. 그는 “마냥 좋아만 해선 안 된다. 정말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려해보이지만 전공자 중 마술을 직업으로 갖는 건 극소수라는 선배의 냉정한 조언이다. 이어 “공부하긴 싫다, 재미있어 보인다, 그래서 마술을 한다는 식이면 곤란하다. 좋아하는 것일수록 책임감을 갖고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술사로서 그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작년 피즘아시아에서 그랑프리(종합우승)를 수상, 세계대회에서 다시 한 번 1인자에 도전한다. 6일부터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피즘2015’가 그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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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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