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에 입사한 신입사원은 모두 ‘신문스크랩 광(狂)’이었다. 이들은 기사를 스크랩하고 경제학이론을 첨가해 자신만의 논리를 만든 것이 합격 비결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상우, 김미혜, 한경준 씨. 허문찬 기자sweat@hankyung.com
KOTRA에 입사한 신입사원은 모두 ‘신문스크랩 광(狂)’이었다. 이들은 기사를 스크랩하고 경제학이론을 첨가해 자신만의 논리를 만든 것이 합격 비결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상우, 김미혜, 한경준 씨. 허문찬 기자sweat@hankyung.com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은 국내 115개 기업을 이끌고 중동 순방에 나섰다. 중동 국가들이 대통령과 함께 온 경제사절단을 크게 환대하면서 수출, 투자진출, 프로젝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냈다. 이런 ‘중동 효과’가 입소문이 나자 4월 중남미 4개국 순방 때는 125개사 126명의 역대 최대 규모 경제사절단이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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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된 경제계에서는 대통령 순방 외교의 지속적인 성과 창출을 위해 정상외교 지원조직 확대를 건의했다. 정부는 이에 5월28일 ‘정상외교 경제활용 지원센터’를 KOTRA에 신설했다. 이 센터는 2개실 5개팀 35명의 조직으로 구성됐다. 정상외교와 함께 진행한 1 대 1 비즈니스 상담회와 사후관리 및 지원 등을 전담한다.

매월 10월 연 1회 신입사원을 채용해온 KOTRA가 7월에 갑자기 대규모 공채를 실시하는 배경이다. KOTRA는 지난 16일 홈페이지에 ‘2015 신입사원 채용안내’ 공지를 올렸다. 정확한 채용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30여명이 될 전망이다.

내달 1일부터 입사지원서를 받는 KOTRA를 찾아 신입사원 세 명을 만났다. 2013년에 입사한 한경준 씨(28)는 인재경영실에서 이번 공채의 전반적인 기획, 준비 업무를 맡고 있다. 김미혜 씨(27·부산대 식품공학과 졸업)와 김상우 씨(29·한양대 건축공학과 졸업)는 이공계 출신으로 어려운 경제논술 시험을 통과했다. 김미혜 씨는 고객지원팀에서 일하고 있고, 김상우 씨는 인재경영실에서 직원들의 출장, 파견업무를 돕고 있다. 이들에게 26일 앞으로 다가온 필기시험 노하우를 들어봤다.

거시지표 논리적 근거로 활용

대학에서 행정학과 경제학을 공부한 한경준 씨는 ‘경제신문 기사 스크랩’을 강조했다. 특히 한국경제신문을 즐겨 읽었다는 그는 온라인이 아닌 종이신문을 읽으면서 글로벌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내용의 기사가 나오면 스크랩한 뒤 반드시 자신만의 견해를 썼다고 했다. 여기에 관련 경제학 이론을 책에서 찾아 추가해 이론과 현실경제를 하나로 정리했다.

필기시험 작성과 관련해 한씨는 외환보유액, 국내총생산(GDP), 인구 증가율, 환율, 주가 등 거시경제 지표는 미리 암기해 자신만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는 시험 1주일 전에는 올해 경제 이슈를 정리한 뒤 서론-본론-결론으로 나눠 써 볼 것도 추천했다. 반복적인 쓰기 연습을 하면 수치와 이론, 논리가 자연스레 체득된다는 것이다.

한씨는 지원자를 위한 선배로서의 팁도 들려줬다. “앞으로 KOTRA가 어떤 사업을 통해 중소기업의 수출을 도우면 좋을지 미리 생각해 두면 면접 때 유용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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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관련 기사는 가리지 않고 읽어

김미혜 씨는 이공계 출신이지만 대학 3학년 때 국제통상실무 과목을 수강하면서 경제학으로의 ‘외도’를 시작했다. 김씨는 경제원론을 세 번 정독하면서 경제학을 독학했다.

그는 “KOTRA 경제논술시험은 현실 경제를 얼마나 이해하는지 측정하는 것 같다”며 “국내외 경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면서 신문을 읽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글쓰기도 훈련이다. 많이 생각하고 쓰는 훈련을 하면 답안작성 때 긴장감을 없앨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씨는 업무수행에 필요한 역량으로 ‘경청하는 자세’를 꼽았다. 그는 “수출중소기업의 다양한 애로사항과 그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들을 수 있는 귀가 있어야 한다”며 “KOTRA 지원자들이 강한 학구열을 토대로 어떻게 남을 돕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한 뒤 지원서를 쓰면 좋겠다”고 말했다.

암기력도 뒷받침돼야 합격

건축학을 전공한 김상우 씨는 졸업 후 대기업에서 해양플랜트 설계일을 하면서 KOTRA를 알게 됐다. 해외 바이어와의 협상과정에서 재미를 느낀 김씨는 중소기업을 돕는 KOTRA에서 일하는 꿈을 꾸게 됐다고 했다. 김씨는 결혼해 아들이 있는 가장이지만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홀로 상경해 6개월간 KOTRA 시험준비를 했다.

시험 한 달을 앞두고 김씨가 효과를 본 공부방법은 ‘목차정리’였다. “최근 경제현상에 대한 이유를 첫째, 둘째, 셋째 이렇게 정리했어요. 아마도 150문제 정도는 될 겁니다.” 그는 이후 정리한 목차를 암기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비전공자가 단기간 합격을 목표로 한다면 이해력도 중요하지만 암기력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유명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더하고 신문기사 사례를 차곡차곡 쌓아 자신만의 논리 구조를 만들었다. 그는 유튜브에 올라온 ‘최진기의 생존경제’를 재미있게 봤다며 수험생들에게 추천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