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메르스 사태, 인화(人和)로 극복해야
한 달 이상 지속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조금씩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메르스는 국민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경제도 심상치 않다.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외적으로 ‘한국=메르스’처럼 쓰인다. “코리아의 K를 따서 메르스를 코르스(KORS)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일부 국가에선 메르스 대처 홍보 동영상에 한국을 중동 지역과 나란히 위험국으로 소개하고 있다. 의료 선진국, 의료관광을 외치던 때가 어제 같은데 하루아침에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거두절미하고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그렇다고 정부 탓만 하면서 개인만 조심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국난 극복은 항상 지도자와 국민이 하나가 됐을 때 가능하다.

‘맹자(孟子)’의 공손추 하(公孫丑 下) 편엔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란 구절이 나온다. “하늘이 주는 운은 지리상의 이로움만 못하고, 지리상의 이로움도 사람들 사이의 일치단결만 못하다”는 뜻이다. 맹자가 왕도론을 전개하며 쓴 말이다. 현 메르스 사태에 비유하면 아무리 시기가 좋고 의술이 뛰어나도, 국민의 하나된 의지 없이는 무용지물이라는 것 아니겠는가.

메르스는 하루속히, 반드시 극복돼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 불안을 억지로 누그러뜨리려 해선 안 될 일이다. 정부는 각오를 단단히 새롭게 다져 국민에게 안심과 신뢰를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국민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일사불란한 대책기구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책임있는 자세로 진두지휘해야 한다.

정부가 이 같은 자세와 행동으로 대처할 때 국민의 뜻이 하나로 모여 메르스 사태 종식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지도자와 국민이 단결해야 메르스를 이겨낼 수 있고, 그 모습이 국제적 신뢰를 가져올 수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 대통령은 ‘국가개조’란 말을 통해 세월호 이전과 이후 달라진 대한민국을 약속했다. 그후 1년이 지났지만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이번에는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 천시(天時)와 지리(地利)도 중요하지만 인화(人和)가 제일 귀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moonhs@assembly.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