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산 살롱 샴페인
1999년산 살롱 샴페인
여름은 샴페인의 계절이다. 얼음 바구니에 샴페인 한 병을 넣어놓고 잔을 기울이면 더위를 잠깐이나마 잊을 수 있다. 샴페인을 포함한 스파클링와인 수입량이 지난해 13.6% 증가했다. 다른 주류의 판매가 정체 중인 점을 감안하면 점점 높아지는 샴페인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유명인사의 결혼식이나 파티 등에 등장하던 수십만원대 고급 샴페인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도 크게 늘었다.

샴페인은 프랑스 파리 북동쪽 샹파뉴지역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와인을 일컫는 말이다. 샴페인은 샹파뉴의 영어식 발음이다. 정식 명칭은 ‘샹파뉴의 와인’이라는 뜻의 ‘뱅 드 샹파뉴’다.

샴페인은 1668년 샹파뉴지역 오빌리에수도원의 와인 담당 수도사였던 돔 페리뇽이 처음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페리뇽 수도사는 저장돼 있던 와인 병 속에 효모가 발효돼 탄산가스가 만들어지는 것을 발견한 뒤 샹파뉴 스타일의 와인 숙성법을 정립했다.

왕실 만찬엔 늘 샴페인이 있었다
동명의 고가 샴페인인 ‘돔 페리뇽’은 1743년 샹파뉴 에페르네지역에 샴페인 하우스를 만든 ‘모엣&샹동’이 1832년 오빌리에수도원을 복원하면서 제품화한 것이다. 올해 출시한 돔 페리뇽 P2-1998(60만원대)은 1998년에 수확한 포도를 18년간 숙성해 만든 제품이다. 양석환 모엣헤네시 차장은 “기존 샴페인 숙성 기간인 9년보다 두 배 오랜 기간 숙성해 깊은 풍미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샹파뉴 외 프랑스의 다른 지역이나 다른 나라에서 생산한 스파클링와인에는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다. 부르고뉴, 알자스, 랑그도크에서는 크레망(Crement), 그 외 다른 프랑스지역에서 생산된 것은 뱅 무쇠(Vin Mousseux)라 부른다. 스페인산은 카바(Cava), 이탈리아산은 스푸만테(Spumante), 독일산은 젝트(Sekt)다. 미국 나파밸리산 스파클링와인 슈렘스버그는 백악관 만찬주로 이름을 알린 제품이다. 이탈리아 스푸만테 중에선 카델보스코가 유명하다.

왕실 만찬엔 늘 샴페인이 있었다
와인업계에선 전체 스파클링와인 매출의 70%를 샴페인이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량 기준으로는 30%를 밑돌지만 가격이 다른 지역 스파클링와인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샴페인에는 유명인사와 얽힌 사연이 많다. 마릴린 먼로는 1979년 한 인터뷰에서 “나는 샤넬 넘버5를 입은 채 잠이 들고 ‘파이퍼 하이직’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파이퍼 하이직은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10곳의 샴페인 하우스 중 한 곳에서 만든다. 1907년산 파이퍼 하이직은 샴페인 경매 역사상 가장 고가를 기록했다. 독일 잠수함의 공격으로 1916년 침몰한 배 안에 보관돼 있던 제품을 1998년 잠수부들이 발견했다. 바다 깊숙한 곳에 보관돼 82년간 최상의 상태를 유지한 덕분에 최고가인 병당 27만5000달러에 낙찰됐다. 고가 라인업 제품으로는 파이퍼 하이직 레어(40만원대)가 있다.

프랑스의 유명 레스토랑 ‘맥심’에서 판매한 ‘살롱’은 독일 나치정권의 총통 아돌프 히틀러가 수집했다. 그가 최후를 맞은 뒤 지하 저장고에서 1928년산 살롱이 대량 발견됐다. 살롱은 1920년 외젠 에메 살롱이 만든 브랜드다. 샹파뉴 내에서도 규모가 작은 샴페인 하우스로 생산량이 연 4000상자 정도에 그친다. 국내 백화점 등에서 1병에 110만원 선에 판매된다.

샴페인의 꽃이라는 별칭이 붙은 ‘페리에주에’는 그레이스 켈리 모나코 왕비, 장 폴 고티에, 크리스티앙 라크루아 등 패션 디자이너를 비롯한 유명 예술가들에게 사랑받았다. 대표 제품 ‘페리에주에 벨레포크’는 감귤류 복숭아 배 등 과일 향과 맛이 강하다. 크루그는 2011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결혼 때 축하주로 사용되며 주목받았다. 폴 로저는 영국 왕실이 애용하고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사랑한 샴페인으로 유명하다.

슈렘스버그는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과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가 베이징 회담에서 건배주로 사용한 스파클링와인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