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은 올초까지 최근 5년간 주가가 10만원대 중반을 넘은 적이 없었다. 연초 10만1000원으로 시작한 한미약품의 25일 종가는 48만4500원이다. 기울기는 다르지만 제약주 대부분이 올해 한미약품과 비슷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거품 논란 속에 실적 개선세와 더불어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종목으로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르고 또 오른 한미약품·대웅제약·종근당…R&D 보면 더 오를 제약주 보인다
○새 지표로 떠오르는 R&D 투자

일각에서 한미약품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나온 것은 주가가 지난 4월 중순 30만원을 넘기면서다. 그럼에도 주가는 계속 올랐다.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130배를 웃돈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계속 높여 잡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률은 8.06%,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2.72%다. 영업이익률은 제약업계 평균인 6%대를 웃돌았고 경영효율성을 판단하는 기준인 ROE도 10% 이상으로 양호했다. ROE는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자기자본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지난해 R&D 투자 규모도 1525억원으로 매출의 20%에 달해 유가증권시장 제약종목 중 가장 높았다.

한미약품 외에 동아에스티, 종근당, 대웅제약 등도 세 가지 지표를 모두 충족시키는 종목으로 꼽혔다. 대웅제약은 올해 예상 영업이익률이 7.55%, ROE는 12.42%였다. 지난해 R&D비도 895억원으로 매출 대비 12.16%로 많은 편이었다. R&D 투자를 꾸준히 해온 동아에스티와 종근당도 8%를 넘는 영업이익률에 ROE도 10%를 웃돌았다. 세 종목 모두 올해 주가 상승률이 50~100%에 이른다.

서흥은 영업이익률과 ROE 예상치는 높았지만 지난해 매출 대비 R&D 비중이 1.09%에 그쳤다. 지난해 5223억원의 매출을 올린 광동제약도 R&D 투자 비중은 1%(59억원)대였다. 녹십자, 유한양행 등도 실적 관련 지표는 무난했지만 R&D 투자 규모가 매출의 10%에 못 미쳤다. 이승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R&D 투자 규모는 제약사별로 천차만별”이라며 “대규모,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만큼 R&D 투자를 감안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LG생명과학은 R&D 투자 비중(18.84%)은 한미약품에 버금갔지만 올해 예상 영업이익률은 4.27%, ROE도 7.45%에 머물렀다.

○코스닥 제약업종도 유망

올해 코스피 의약품업종의 지수는 106.73% 올랐다. 셀트리온, 메디톡스 등의 주도로 코스닥 제약업종 지수 상승률도 91.08%에 이른다. 신약개발과 기술이전이라는 큰 흐름 속에 전반적으로 이익 전망이 밝아 하반기에도 상승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올해 한미약품 등 대형사가 주도한 대규모 기술수출이 제약주에 대한 재평가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약품은 지난 3월 미국 일라이릴리사와 면역질환치료제 관련 7000억원 규모의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김태희 현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도 상반기와 비슷한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한미약품, 동아에스티뿐 아니라 코스닥시장의 바이로메드, 셀트리온, 코오롱생명과학 등도 기술수출 관련 호재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