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평화와 로펌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법무법인 율촌이 다음달 14일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핵협상 타결에 따른 향후 전망과 이란 투자시 유의사항’ 세미나를 연다. 이달 말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대해 최종 합의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국과 독일)과 이란 간 협상을 겨냥해서다. 협상이 잘 풀릴 것이라는 기대 아래 한국 기업의 투자 컨설팅 수요를 잡기 위해서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주이집트 대사를 지낸 정태익 율촌 고문이 인사말을 하고 이근욱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동찬 율촌 변호사,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프리카·중동팀장 등이 발표한다.

얼핏 봐서는 로펌과 세계 평화가 관련이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관련이 깊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평화가 유지돼야 국내 기업이 그 나라에 투자할 수 있고 자연스레 로펌의 자문 일감도 생기기 때문이다. 2009년 한국가스공사는 이라크에 있는 한 유전의 운영권을 얻는 데 성공했지만 이 지역이 이슬람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지난해 점령당하면서 사업이 무산됐다. 자문 로펌도 운영 컨설팅을 할 수 없게 됐고 현장에서 인력을 철수시켰다.

신 변호사는 “리비아에 있는 변호사와 전화로 연락하며 일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끊기면서 일이 중단된 적이 있다”며 “사고가 생겨서 목숨을 잃거나 달아났을 거라고 추측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분쟁이 생김으로써 일감이 생길 때도 있지만 평화가 유지됨으로써 생기는 일감이 더 많다”며 “사업이 무산돼서 당사자 간 분쟁이 생겼을 때보다 잘 돼서 돈을 벌었을 때 의뢰인도 로펌 자문을 기분 좋게 받기 때문에 변호사 입장에서도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