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이석준 우미건설 사장 "터널 끝 안 보일 땐 산행…자연과 시장에 순응하는 지혜 얻어"
이석준 우미건설 사장(51)이 산을 찾기 시작한 건 1993년부터다. LG산전 연구원 생활을 마치고 가업(家業)을 이어받기 위해 우미건설 기획실장으로 입사했을 때다. 건설회사 임원으로 전국을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자투리 시간에 산을 찾게 됐다고 한다.

1990년대 중반엔 주로 주말을 이용해 회사 직원 한두 명과 함께 당시 본사가 있던 광주광역시 무등산을 많이 다녔다. 건강을 챙기는 동시에 직원들과 친해지는 수단으로 산을 활용한 것이다. 직원들과 함께 산을 오르면서 건설업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회사 돌아가는 내용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산은 누구나 자연으로 돌아가 마음속 이야기를 꺼낼 수 있어 좋은 장소라는 게 이 사장의 생각이다. 이후 백두대간 등 각 지역 명산 탐방에 나섰다.

이 사장이 등산과 가까워진 건 건설업의 특성과도 관련이 깊다. 그는 아파트 용지를 둘러보기 위해 부산 대구 대전 등 지방행(行)에 자주 나섰다. 지방 택지지구도 둘러보고 인근 분양현장의 모델하우스도 찾았다. 경쟁사들의 설계와 평면 등 품질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서였다. 사업차 지방에 내려가지만 인근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을 가는 등산 일정도 꼭 넣었다. 업무와 취미 활동을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에는 8~9시간 걸리는 지리산 일주 등을 했을 정도로 산을 자주 찾았다. 지방의 경우 1박2일 일정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2주에 한 번꼴로 3~4시간 걸리는 코스를 즐긴다. 올 들어서는 북한산 관악산 청계산 검단산 계룡산 등 수도권에서 멀지 않은 산 위주로 찾고 있다. 때로는 둘레길 같은 얕은 산자락을 걷다가 계곡에 가서 막걸리를 마시고 내려오기도 한다. 술을 잘하지는 않지만 하산길에 막걸리 한 잔은 빼놓지 않는다.

사업을 하다보면 위기의 순간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 사장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장기 침체 때 인천 영종도·청라·김포 한강신도시 등에서 아파트 분양에 나서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들 지역은 하나같이 미분양이 넘쳐났던 곳이다. 이 사장은 당시를 “터널의 끝이 안 보일 때”라고 회고한다. 그때 정신적인 고통을 줄여주고 다시 일어설 힘을 줬던 게 산이다. 자연에 순응하고 시장 흐름과 함께 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단다. 이 사장은 “대자연 속으로 들어가면 세상사에 대한 시야가 넓어진다”며 “회사에서 쌓인 걱정거리에 대해 산에서는 쉽게 해결책을 찾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골프를 배웠지만 골프장엔 거의 가지 않는다. 너무 많은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대신 친교의 목적으로 등산을 활용한다. 그는 “최근에는 동년배 고향 친구인 최종만 강강술래 부회장, 구재상 케이클라비스자문 대표 등과 등산 모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