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에서 저금리·저성장 시대 유망주(株)로 부동산개발업체(디벨로퍼)가 주목받고 있다.

저금리 기조로 인한 자금조달 비용 감소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일명 '알짜 부지'를 보유한 디벨로퍼의 성장성이 두드러져서다. 배당 여력을 갖춘 곳은 더욱 매력적이란 분석이다.

日 디벨로퍼, PER 40배까지 받았는데…국내 디벨로퍼는?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사태 이후 일본 대표 디벨로퍼들이 턴어라운드(급격한 실적개선)를 이어가던 시점에 주가수익비율(PER)은 25~40배를 받았다. 대표 디벨로퍼로는 다이와 부동산과 노무라 부동산 등이 있다.

김세련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디벨로퍼의 영업 환경이 일본의 2009~2010년 상황과 비슷하지만 보수적으로 PER 25배 수준으로만 놓고 봐도, 현재 상승 여력은 40% 이상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일본의 디벨로퍼가 저금리·저성장 국면에서 각광받았던 만큼 일본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는 지금의 국내 영업환경이 국내 디벨로퍼의 성장을 점치게 한다는 설명이다.

디벨로퍼는 용지를 개발한 후 사업권 매각을 통해 개발 수익을 실현한다. 일부 사업지는 직접 운용을 통해 운영 수익을 누리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토지를 매입하기 위한 자금조달이 필요한데 금리가 낮아지면서 비용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점이 저금리 시대의 수혜를 기대케 하는 요소로 꼽힌다.

더불어 전국의 평균적인 땅값(지가)도 상승 추세로 돌아서고 있어 디벨로퍼 입장에서 긍정적이다. 안정적 지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동부산관광단지내 개발사업을 진행중인 C&S자산관리의 경우 매입한 지가와 비교해 땅값이 3배 가량 뛰었다. C&S자산관리 관계자는 "골프장·빌리지, 호텔, 메디컬 관광센터, 종합레포츠센터 개발 등을 위해 1500억원에 매입한 부지 가치가 4500억원 이상으로 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전통강자 VS 신흥가장, 주목할 디벨로퍼 어디?

KB투자증권은 주목할 디벨로퍼로 현대산업, SK D&D, 한국토지신탁, 서부T&D 등을 꼽았다.

현대산업의 경우 자체사업을 통해 주택 디벨로퍼로 입지를 다진 상황에서 호텔신라와 함께 진행하는 시내면세점 사업 기대가 기업 가치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란 전망이다. 올 2분기 깜짝실적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고마진 사업장으로 분류되는 현장의 완공이 본격화되면서 현대산업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2000억원과 11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14% 이상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는 23일 상장하는 SK D&D도 주목받고 있다. SK D&D는 부동산 개발 사업에 신재생 에너지 운영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부동산개발사업의 리스크를 헷지(위험회피)하는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본업의 리스크를 헷지하는 사업 구조를 갖춰 안정적인 성장이 기대된다는 것.

주택시장의 저성장 국면에서 부동산 신탁업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한국토지신탁도 유망 업체로 거론되고 있다. 주택시장의 저성장 국면에서 영세한 시행사와 건설사가 개발 수익 제고를 위해 신탁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어서다. 부동산신탁시장은 2009년 800억원 수준에서 2014년 6배 가량 증가한 4800억원 수준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땅 부자' 디벨로퍼도 관심이다. 서부T&D의 경우 과거 보유한 부지를 바탕으로 한 부동산 개발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 리스크가 덜하다. 서부T&D는 2012년 하반기에 문을 연 '인천스퀘어원'에 안정적인 운영수익을 얻고 있으며, '용산부지 개발'과 '서울 신정동 부지' 개발을 예정 중이다. 서울 신정동 부지는 서울 시내의 마지막 대규모 상업용지(10만4509㎡)로 주목받고 있다.

신흥 강자로 떠오른 디벨로퍼도 눈길을 끈다. 건물관리업체인 C&S자산관리의 경우 동부산관광단지 개발 사업을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진행중이다. 관리업체가 디벨로퍼로 변신한 경우다. C&S자산관리는 오는 7월 해운대비치골프앤리조트 분양을 예정 중이다.

박양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C&S자산관리는 동부산관광단지가 투자 회수기에 접어든 만큼 6월 중간배당을 기점으로 주주환원정책이 이어질 것"이라며 "배당주로의 매력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심층분석] 저금리·저성장시대, 디벨로퍼가 뜬다
최성남 한경닷컴 기자 sul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