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손으로 쿼크(초소립자·Quark)나 글루온(소립자·Gluon) 등 입자 간의 힘을 표준모형으로 계산할 수 없죠. 격자게이지이론이란 양자색소역학(QCD) 이론을 컴퓨터로 변환해 계산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주는 겁니다"

이원종 서울대학교 격자게이지이론연구단장은 "연구단은 현재 1초에 250조번의 사칙연산이 가능한 슈퍼컴퓨터를 개발해 표준모형을 해석하고 오차율을 1∼5%까지 줄이는 등 전 세계가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를 이미 얻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2009년 설립된 서울대학교 격자게이지이론연구단은 설립 당시부터 창의연구과제에 선정돼 리더연구자 그룹에 편입되며 현재까지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까지 6명의 박사와 수십명의 석사급 연구인력을 배출했다. 현재는 9명의 대학원생과 2명의 외국인 연구 조교수가 연구단을 이끌고 있다.

양자색소역학(QCD) 이론은 전자기력에 음전하와 양전하가 존재하듯 물질을 이루는 최소단위인 쿼크 입자도 3가지 다른 색소전하를 띠고 있고 이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힘이 결정된다는 것으로 지난 1973년 처음 밝혀졌다.

이 단장은 "양자색소역학은 자연에 존재하는 강력현상을 기술하는 양자장 이론으로 낮은 에너지에서 일어나는 강력현상은 종전의 사람이 손으로 직접 푸는 방법으로는 그 현상을 규명하기 어렵다"며 "이를 위해 엄청난 빠르기의 슈퍼컴퓨터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단이 기존 표준모형의 오류를 밝혀내는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슈퍼컴퓨터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대 격자게이지이론연구단은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PC 약 25만대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에 맞먹는 슈퍼컴퓨터 개발에 성공한 상태다.

최근 연구단은 이 단장의 지휘 아래 세계 물리학계가 주목할 만한 '초표준모형'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속도와 정확성을 갖춘 슈퍼컴퓨터를 통해 자연에 존재하는 케이온(Kaon) 입자의 대칭성을 깨는 불순물의 농도(Indirect CP Violation)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으로 현존하는 표준모형의 모순을 밝히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로 연구단이 직접 계산한 결과를 이용해 표준모형으로부터 중성 케이온 입자에 존재하는 불순물 농도를 측정한 결과 표준편차와의 차이가 3.6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 단장은 "3.6배의 차이는 표준모형의 가설 가운데 하나 이상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의미하는 바가 상당히 크다"며 "만약 지금의 표준모형이 붕괴된다면 이를 대체할 초표준모형을 찾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이어지면서 전 세계 물리학계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선우 기자 seonwoo_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