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의 계절이 돌아왔다. 소설 속 주인공은 사건을 추적하며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절묘하게 숨겨진 트릭과 반전은 더위마저 잊게 한다. 일찌감치 찾아온 한여름 더위 속에 추리소설을 비롯한 장르소설이 쏟아지고 있다. 추리소설의 본산인 영국, 장르소설의 강국 미국을 비롯해 일본 한국 홍콩 등 작품의 배경도 다양하다.
숨막히는 트릭과 반전…추리소설 '여름 대전'
○추리소설의 어벤저스 ‘페이스 오프’

최근 출간된 《페이스 오프》(황금가지)는 영미 추리소설 팬이라면 놓쳐선 안 될 작품이다. 스릴러를 고전의 반열로 끌어올린 마이클 코넬리(미국), 스코틀랜드 인기작가 이언 랜킨, 영화로도 만들어진 ‘잭 리처’의 리 차일드(영국) 등 영미 대표작가 22명이 두 명씩 짝을 지어 만든 단편 11개가 담겨 있다. 두 작가의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우연히 만나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이 기본 설정이다. 첫 번째 단편 ‘야간 비행’에선 코넬리가 만든 로스앤젤레스 형사 해리 보슈가 데니스 루헤인의 《가라, 아이야, 가라》에 나오는 탐정 패트릭 켄지를 만나 납치범을 함께 추적한다. 보슈 시리즈 14번째 작품인 《나인 드래곤》(RHK)도 이달 말 출간된다.

톰 롭 스미스의 《차일드 44》(노블마인)는 통제사회였던 옛 소련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아동 실종사건을 그렸다. 국가안보부 요원 레오가 사라진 44명의 아이들을 찾아나서는 정교한 미스터리로, 4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후속작 《시크릿 스피치》와 《에이전트 6》도 시리즈로 함께 출간됐다.

○계속되는 미야베 미유키의 인기

영미권 못지않은 미스터리 소설 강국 일본에선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이 단연 눈길을 끈다. 오는 18일 출간 예정인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북스피어)은 미야베가 만든 탐정 스기무라 사부로의 세 번째 이야기다. 기업의 사보 편집자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인 스기무라는 특출한 능력 하나 없지만 주변 사람의 도움을 얻어가며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부조리를 해결해 나간다.

지난달 출간된 미야베의 《벚꽃, 다시 벚꽃》(비채)은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주군의 의복과 일용품을 관리하는 시종관 소자에몬은 자신의 기억에도 없는 뇌물을 받았다는 증서가 발견되자 할복하고 만다. 그의 둘째 아들 쇼노스케는 에도의 쪽방촌으로 올라와 수취증서의 배후를 찾는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가족의 불행한 속사정을 집요하게 파고든 수작이다.

○홍콩 경찰소설 ‘13·67’도 주목

미스터리 작가 서미애 씨의 장편 《아린의 시선》(한스미디어)도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주인공 아린은 열한 살이던 1995년 경기 외곽에서 발생한 일가족 살인사건에서 살아남은 피해자다. 트라우마 때문에 사건이 일어났던 날 밤의 기억을 잃어버린 아린은 이복동생 재하를 만나면서 그날의 기억을 떠올린다. 또 다른 주인공 오성준 형사는 아린이 꿈에서 본 것을 토대로 여성의 시신을 발견한 뒤 그녀를 둘러싼 사건을 추적한다.

국내 미스터리 팬들에게 낯선 홍콩 경찰소설도 나왔다. 《13·67》(한스미디어)의 주인공은 홍콩 경찰총부의 전설적 수사관 관전둬와 그를 사부로 모시는 뤄샤오밍이다. 제목에 등장하는 숫자는 2013년과 1967년을 뜻하며, 1967~2013년 일어난 여섯 가지 사건이 담겨 있다. 사건 묘사와 구성이 탁월해 2015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