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 뜨고, 중국 가라앉고…동북아 경제지도 바뀐다
일본 경제는 되살아나고 중국 경제는 점점 둔화하고 있다. 거의 한 세대 동안 굳어진 ‘일본 몰락, 중국 부상’이란 동북아 경제지도에 큰 변화가 생겨난 것이다. 일본의 올 1분기 성장률은 1%(연율 3.9%)로 한국(0.8%)을 앞질렀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숱한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끈질긴 구조조정과 엔저 호황 덕에 괄목상대해야 할 판이다. 반면 중국은 2분기 성장률 예상치가 6%대로 내려앉고 심지어 5%대 경착륙 우려마저 제기된다. 한마디로 ‘저팬 서프라이즈, 차이나 쇼크’다.

한·중·일은 긴밀한 수직 분업구조인 동시에 주력산업에서 경합관계다. 3국간 무역수지는 가위바위보 하듯 서로 흑자와 적자로 물고 물린다. 경제의 긴 추세가 바뀌면 충격파가 뒤따르게 마련이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인 한국으로선 일본이 떠도 문제, 중국이 가라앉아도 문제다. 국내 현안에 함몰해 있는 동안 동북아 경제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저팬 서프라이즈, 기업 투자가 이끈다

일본 내각부는 어제 올 1분기 실질 GDP 수정치가 전분기 대비 1.0%(연율 3.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4분기 연속 성장세다. 물가상승률을 포함한 명목성장률은 2.3%(연율 9.3%)나 된다. 1990년 이후 최고치다. 이런 성장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일본 성장률이 한국을 앞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경상수지도 관광수지의 대폭 증가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4월 흑자폭은 1조3264억엔이나 됐다.

무엇보다 기업의 설비투자가 성장을 이끌고 있다. 1분기 기업 설비투자는 2.7% 늘었다. 특히 소매업, 유통 등 서비스업의 투자가 대폭 증가했다. 일본 경제가 본격적으로 소비회복 궤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기업의 체질 개선이 투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매출은 크게 늘지 않았지만 경상이익은 2012년 이후 최고 수준을 계속 경신하고 있다. 1분기 일본 기업의 경상이익은 7년 만의 최대인 22조2600억엔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의 도산 건수는 724건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도산기업 수는 1990년 이후 2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물론 엔저와 저유가 등 외부적 요인이 이런 수익성 향상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더 주목할 것은 일본 기업들의 뼈를 깎는 구조개혁이다. 개혁에 따른 체질 개선이 설비투자 확대를 이끌고, 이런 투자가 소득을 증가시키며 소비 확대를 불러옴으로써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바로 아베노믹스가 지향하는 목표다. 일본 경제의 회복은 곧 아베노믹스의 성공인 것이다.

차이나 쇼크, 1 단계 도약 끝났을 수도

중국은 경제성장률에 비상등이 켜졌다. 블룸버그 등 주요 경제전망기관들이 중국의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이 6.8% 안팎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1분기 7% 증가율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이 전망이 맞다면 2009년 1분기(6.6%) 후 최저치가 된다. 여기에 미국·유로존 부진 등 돌발 악재가 겹칠 경우 6.5%대까지 미끄러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대로 급락할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이런 전망은 중국 경제가 2분기에는 안정화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조차 날려버리는 것이다. 오죽하면 중국 내에서조차 2분기 성장률을 7% 밑으로 낮춰잡는 분위기다. 4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역대 최저이고,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은 15년 만에 가장 낮았으며, 수출은 5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는 등 세부 경제지표가 일제히 둔화한 탓이다. 저임금에 기초한 중국의 1단계 경제 도약은 끝난 셈이다.

중국 당국은 그동안 ‘뉴노멀’을 내세우며 자국 경제가 과거 고속성장에서 7%대의 중·고속 성장으로 자연스러운 구조전환을 하는 중이라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성장률이 7% 밑으로 급락하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고속성장 종말을 넘어 경착륙 가능성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그야말로 직격탄이다. 중국 당국이 곧 부양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이것이 국가자본주의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근본적인 ‘차이나 쇼크’ 대비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