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초기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주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30% 중반대로 떨어졌다.
박 대통령 지지율 6%P '미끄럼' 34%
한국갤럽이 지난 2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박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6%포인트 하락한 34%를 기록했다. 박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4월 마지막주 39%로 반등한 뒤 지난달 내내 39~40%를 오르내렸다.

34%의 지지율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태’가 본격 불거진 4월 셋째주와 같은 수준이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메르스 확산 과정에서 드러난 보건당국의 무기력한 대응이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메르스 감염 가능성과 관련, ‘매우 우려된다’와 ‘어느 정도 우려된다’가 각각 35%, 32%로 집계돼 성인 67%가 감염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와 직업별로는 30대(80%)와 가정주부(77%)의 우려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시행령의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국회에 부여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선 찬성(30%)과 반대(32%)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의견 유보를 밝힌 응답 비율은 38%로 집계됐다. 국회법 개정안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는 강제성 여부와 관련, ‘국회의 시행령 수정·변경 요구를 수용할지는 정부가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50%였다. ‘수정·변경 요구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응답은 27%를 기록해 새누리당의 주장대로 강제성이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게 나타났다.

박 대통령이 지난 1일 “국회가 번번이 정부 시행령 수정을 요구할 경우 국정은 마비되고 정부는 무기력해질 것”이라며 법률안 거부권 행사를 강력히 시사한 데 대해선 ‘공감한다’는 대답이 48%, ‘공감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35%로 조사됐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 협상을 주도한 여야 원내대표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잘하고 있다’는 평가(28%)보다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40%)가 높게 나왔고,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잘하고 있다’(18%)보다 ‘잘못하고 있다’(46%)는 응답이 더 많았다.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 새정치연합 모두 내려앉았다. 새누리당은 지난주보다 3%포인트 빠진 41%, 새정치연합은 2%포인트 하락한 21%에 그쳤다. 4·29 재·보궐선거 이후 40%대에 진입하며 지난주 44%를 찍었던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메르스 확산, 당·청 마찰 양상 등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당 내분 수습에 급급한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