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신종 바이러스를 진단하는 ‘진단키트’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진단키트는 혈액이나 소변 등에서 추출한 유전자를 통해 한두 시간 정도면 질병 유무를 알려주는 기기를 말한다. 바이오니아 솔젠트 등 국내 바이오 기업은 연구용 키트를 내놓고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바이오니아는 자체 유전자 진단 기술이 적용된 연구용 메르스 검출 키트를 지난 1일부터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개발된 이 키트는 소량의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는 고감도 키트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솔젠트는 지난해 4월 메르스 바이러스는 물론 15종의 호흡기 바이러스를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내놨다. 이 회사는 중국 질병관리본부를 통해 테스트하고 있다. 솔젠트 관계자는 “메르스 감염 증상은 감기와 비슷해 구별이 쉽지 않다”며 “진단키트를 통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메르스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이 신종 바이러스 진단키트 개발에 뛰어드는 것은 이 분야가 틈새시장이기 때문이다. 진단키트가 활용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을 거쳐 세계 각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나온 진단키트는 아직 허가받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 연구용으로만 쓸 수 있다. 임상시험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신종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다수 확보돼야만 진행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이들 회사 제품이 허가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니아가 개발한 에볼라 진단키트도 국내에서는 ‘수출용 허가’만 받았다. 수출만 가능할 뿐 국내에서 판매할 수 없다.

현재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이용하는 진단키트는 질병관리본부 자체 개발 연구용 키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더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민간기업이 개발한 키트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