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ed의 양적 완화…중산층이 최대 수혜자"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은 1일(현지시간) 자신의 블로그에서 “양적 완화(QE)가 소득불평등을 심화시켰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양적 완화는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시중 채권을 매입하는 비전통적인 경기부양책으로 버냉키의 ‘작품’이다. 버냉키는 “소득불평등 확대는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와 기술 발전, 그리고 인구구조 및 노동시장의 변화 등 경제구조 변화에 따른 결과”라며 “QE는 디플레이션의 부정적 효과를 완화하면서 경제 회복에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몸 담고 있는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이날 ‘QE가 소득불평등을 악화시켰는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세 편의 논문이 발표된 세미나의 결론은 “QE의 최대 승자는 중산층”이라는 것이다. 현지 언론은 QE 효과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고 전했다.

조시 비번스 경제정책연구소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세미나 논문 발표에서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Fed의 책임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Fed의 경기부양책은 중산층 이하의 일자리를 늘려 빈부격차를 축소했다”며 “QE가 부자들이 많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가치보다 중산층이 주로 갖고 있는 주택 가격을 더 많이 올렸다”고 설명했다.

조시 센터장의 발언은 “QE가 부자들을 은밀하게 도와줬다”는 비판을 반박한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QE가 금융자산 가격을 상승시킴으로써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Fed 이사를 지낸 케빈 워시 후버연구소 특별연구위원은 “QE는 가난한 사람을 희생시켜 부자들에게 보상을 주는 역(逆)로빈후드 효과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임금 상승은 정체되고 있는데 금융자산 투자자들의 재산만 불어났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매타이스 돕커 노스웨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미나에서 “Fed는 부유층을 희생시키면서 중산층을 도와줬다”며 역로빈후드 효과를 반박했다.

그는 양적 완화와 초저금리 정책으로 예금과 채권을 많이 갖고 있는 부유층 은퇴자들이 피해를 본 반면 재산의 대부분을 주택으로 갖고 있는 중산층이 가장 큰 수혜자”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