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호국의 달, 호국철도
6월은 선열들의 나라 사랑 정신을 돌아보는 ‘호국보훈의 달’이다. 지난 100년간 우리는 일제강점기와 광복, 분단과 6·25전쟁 등 격동의 역사를 살아왔다. 하지만 세계 최빈국에서 당당히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그 원동력은 수많은 애국지사와 호국영령의 값진 희생이 있어 가능했을 것이다.

철도도 이름 없는 수많은 순국선열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 있는 공간이다. 특히 6·25전쟁 당시 철도는 중추적 역할을 했다. 1만9300여명의 철도 근로자들이 전시군사수송본부에 배속돼 군 병력과 피란민 이동, 군수물자 수송 임무 등 군사작전에 참여했다. 백선엽 장군은 “만약 철도가 없었더라면 전쟁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중대한 역할만큼이나 희생도 컸다. 전쟁 당시 철도는 가장 중요한 육상 교통수단이었기에 항상 적의 주공격 대상이었다. 6·25전쟁 기간 철도 직원 287명이 순직했다. 군인, 경찰 다음으로 희생자가 많았다. 대표적 순직자는 고 김재현 기관사다. 김 기관사는 30여명의 미군과 함께 작전을 수행하던 중 북한군의 포화 속에 전사했다. 미국은 2012년 유가족에게 외국인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훈장인 ‘특별민간공로훈장’을 추서했다. 현재 기관사의 유품전시관이 국립서울현충원에 전시돼 있다.

코레일은 6·25전쟁 희생자들을 비롯해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 철도 영령의 숭고한 넋을 추모하기 위해 2013년 국립대전현충원에 ‘호국철도기념관’을 개관했다. 김 기관사가 운전했던 ‘미카3-129호’를 테마로 한 호국철도기념관은 호국관, 역사관 등 3개의 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호국관에서는 철도 참전용사, 물자 운송 등 다양한 영상자료가 전시돼 6·25전쟁 당시 철도인의 활약상을 확인할 수 있다. 역사관은 1899년 경인선에서부터 KTX에 이르기까지 한국철도 115년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다.

올해는 분단 7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로 호국보훈의 달을 맞는 마음이 그 어느 해보다 더욱 특별한 것 같다. 꼭 호국철도기념관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현충원을 찾아 애국선열들의 소중한 희생정신을 되새겨 보고, 나라 지킴의 참뜻을 음미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최연혜 < 한국철도공사 사장 choiyeonhye@kor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