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에 거액 자산가와 기관투자가들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국내 증시가 상승하든 하락하든 연 7~8%의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 입소문을 타면서다. 펀드로 밀려드는 자금을 감당하지 못해 판매 중단에 나서는 운용사가 잇따라 등장할 정도다.
"연 7~8% 수익" 입소문…헤지펀드 '완판' 행진
◆설정액 3조원…펀드 ‘완판’ 행진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형 헤지펀드의 설정액은 지난달 말 기준 2조9331억원으로, 3조원에 육박했다. 작년 말(2조4944억원)보다 17.6% 늘어난 수치다.

2011년 12월 도입 당시 2369억원이던 헤지펀드 시장 규모는 3년반 만에 12.4배 커졌다. 설정액을 가장 많이 늘린 곳은 삼성자산운용이다. 올해만 2313억원을 끌어모아 운용사 중 처음으로 설정액 1조원을 돌파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주식형 펀드에서 줄줄이 환매가 이뤄지고 있는데도 유독 헤지펀드에는 신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최근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이 이뤄졌고 코스피지수 역시 박스권으로 회귀한 모양새여서 헤지펀드에 우호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헤지펀드 대부분이 롱쇼트(저평가 주식 현물을 사고 고평가 주식 선물을 팔아 절대 수익 추구) 전략을 쓰고 있어 주가지수가 박스권에서 움직일수록 수익을 내는 데 유리하다는 의미다.

시중자금이 몰리자 삼성운용은 5개 헤지펀드에서 신규 자금을 받지 않는 ‘소프트 클로징(soft closing)’을 지난달 중순 시행했다.

허윤호 삼성운용 헤지펀드본부장은 “투자금을 더 받으면 목표 성과를 달성하는 데 불리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하반기에 해외 롱쇼트 등 다른 전략을 쓰는 신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설정액이 1550억원 규모인 안다자산운용의 ‘크루즈 헤지펀드’도 조만간 판매 중단을 선언할 계획이다.

◆대신·마이다스 수익률 최고

국내 32개 헤지펀드 중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은 대신자산운용의 ‘에버그린롱숏’으로 24.3%를 기록 중이다. 이 펀드는 작년엔 -13.6%의 부진한 성과를 냈다. 변동폭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다음으로 마이다스적토마(12.9%) 하이힘센(12.4%) 안다크루즈(8.8%) 삼성H클럽하이브리드(8.0%) 등이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성적이 나쁜 펀드는 브레인자산운용의 태백(-1.2%) 백두(-2.2%) 한라(-3.6%) 등이다. 다만 백두펀드는 2012년 설정 후 누적 수익률이 48.8%로 전체 1위다.

브레인운용 관계자는 “올해 한때 수익률이 -10%대까지 내려가기도 했지만 모두 회복했다”며 “다른 헤지펀드와 달리 적극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은 꾸준한 수익률을 바탕으로 더욱 커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도 헤지펀드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교직원공제회는 종전 600억원이던 헤지펀드 투자 규모를 연내 1200억원으로 두 배 늘릴 방침이다.

손위창 현대증권 연구원은 “롱쇼트 외에 다양한 전략을 추구하는 펀드가 많이 등장하고 있어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