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이후 펼쳐진 약세장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형 수출주가 뭇매를 맞고 있다. 장부상 자산가치와 비슷한 낮은 주가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반등 계기를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엔화가치 약세 지속, 중국 A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입 등의 악재가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존재감 사라진 전·차…'기름칠'은 언제하나
◆관심권에서 이탈한 대형주

1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59% 떨어진 2102.37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가 1.22%, 현대차가 2.22% 내리는 등 대형 수출주가 일제히 약세였다. 지난달 수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9% 감소했다는 소식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특히 기관이 삼성전자(377억원 순매도), 현대차(264억원), 포스코(198억원) 등을 집중 순매도하며 낙폭을 키웠다.

반면 4~5월 장세의 상승 주역이자 고평가 업종으로 꼽히는 제약, 식음료주는 대부분 강세였다. 외국인이 279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한 한미약품은 이날 주가가 5.5% 뛰었다. 오리온(2.40% 상승), LG생활건강(0.37%) 등도 오름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이날 증시를 5월 이후 장세의 축소판으로 보고 있다. 5월 이후 코스피지수의 낙폭은 1% 안팎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이 기간 각각 8.44%와 8.58% 하락했다. 화장품, 제약·바이오, 식음료주가 조금씩이나마 주가가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지난달처럼 지수 흐름이 불안한 시기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이 강세를 보이는 게 일반적이지만 투자자들의 선택은 정반대였다는 얘기다.

노종원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똑같이 PBR이 낮은 종목이라도 대형 수출주보다 경기방어주에 점수를 주는 게 요즘 증시 분위기”라며 “실적이 뚜렷하게 반등하기 전까지는 대형 수출주에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7조원 매물폭탄’까지 터지나

증권가는 ‘전차(電車)’를 위시한 대형 수출주가 고전하는 요인으로 엔화 약세를 첫손가락에 꼽고 있다.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 기업의 시장점유율 쟁탈전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이란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렸다는 설명이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원·엔 환율이 100엔당 800원대까지 떨어진 상황에선 다른 재료가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리는 등 정책적인 조치가 없는 한 ‘전차’의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MSCI 신흥국 지수 변경 이슈도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대형 수출주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MSCI는 이르면 이달 중 중국 A주를 신흥국 지수에 포함시킬 전망이다. 이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펀드들이 국내 주식을 팔아 중국 A주식을 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자산운용업계에선 지수 변경으로 외국인들이 무조건 팔아야 하는 물량을 7조원어치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진희 피델리티자산운용 마케팅담당 상무는 “MSCI 신흥국 지수는 주요 펀드의 성과 비교와 측정을 위한 기본 지수”라며 “매니저 재량에 따라 20~30% 정도 담는 종목을 다르게 가져갈 수는 있지만 70~80%는 지수를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