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에 부는 '슈트 한류'
“우리 백화점에도 입점해 주세요.”

대륙에 부는 '슈트 한류'
신성통상의 남성복 ‘지오지아’ 사업부에는 요즘 중국 바이어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한류스타 김수현이 모델인 지오지아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큰 성공을 거둔 후 중국에서 인지도가 급등했다. ‘김수현이 입었던 옷’이 매진 행렬을 이어가 몇몇 백화점에선 남성 정장 매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상승세에 힘입어 지오지아는 지난해 말 102개였던 중국 매장을 올해는 두 배인 202개로 늘리기로 했다.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은 “지오지아를 중장기적으로 중국에서 매장 1000개, 연매출 5000억원에 달하는 메가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韓 남성복에 꽂힌 바링허우

중국에서 ‘화장품 한류’에 이어 ‘슈트 한류’가 싹트고 있다.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이후 출생) 세대 청년들이 젊고 세련된 디자인을 내세운 한국 남성복을 주목하면서다. 이남용 우성I&C 중국법인장은 “한국 남성복은 중국에서 오랫동안 고전했지만 2년 전부터 ‘마인드브릿지’와 ‘지오지아’ 등을 시작으로 성공 스토리가 시작되고 있다”고 했다.

슈트 한류 바람은 신성통상, 더베이직하우스, 우성I&C, 신원 등 중견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중국 내 남성복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더베이직하우스는 ‘마인드브릿지’ 중국 매장을 작년 말 145개에서 연내 193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신원 ‘지이크’ 매장도 26개에서 42개로 확대된다. 지난해 중국 백화점에 입성해 ‘본지플로어’ 3개 매장을 연 우성I&C는 올해 20개를 더 낼 계획이다.

◆‘가성비’ 좋고 ‘한류 후광’도

KOTRA에 따르면 2004~2012년 중 중국 남성의류 시장은 연평균 15.6% 성장했다. 시장 규모는 지난해 6271억위안(약 112조원)이다.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반부패 정책 이후 고가 정장 판매는 위축됐다. 하지만 정통 정장보다 가격은 낮으면서 젊은 디자인을 강조한 비즈니스 캐주얼 부문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한국 남성복 브랜드들이 집중 공략하는 목표도 이 부문이다.

이남용 법인장은 “중국 백화점들이 남성매장 구성을 정통 정장에서 비즈니스 캐주얼 위주로 바꾸고 있지만 기존 브랜드만으론 수요를 다 채울 수 없다”며 “바이어들이 한국 남성복을 좋은 대안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패션업계에선 중국 여성들 못지 않게 남성들도 드라마 속 한국 연예인의 패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고 진단하고 있다. 정두영 신원 남성복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는 “바링허우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유행에 민감하고 해외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도 적다”고 설명했다.

대륙에 부는 '슈트 한류'
이에 따라 중국시장을 겨냥해 20~30대 남성 한류스타와 모델 계약을 맺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올 들어 이민호(TNGT) 이종석(엠비오) 김우빈(지이크파렌하이트) 박해진(마인드브릿지) 등이 남성복 모델 계약을 체결했다.

의류회사들의 현지화 전략도 강화되고 있다. 마인드브릿지의 경우 중국에서 판매하는 의류 중 한국과 똑같은 상품은 30%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70%는 소재나 디자인을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