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이 상근 감사를 따로 두지 않고 사외이사들로만 감사위원회를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오는 12일 나명현 감사의 임기가 만료된 뒤 후임자를 선임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사외이사들로 이뤄진 감사위원회를 운영할 방침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상근 감사로 모실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상근 감사직을 없애는 이유는 전문성이 부족한 정치권과 감사원 출신들이 치고 들어올 여지를 두지 않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현대해상이 상근 감사직을 없앤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감사로서 제 역할을 할 만한 인물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리를 그대로 두면 외부의 청탁과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금융감독원 출신 S씨가 나 감사 후임자리를 노리고 개인 인맥을 동원해 ‘뛰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국민은행이 수개월째 공석인 상근 감사를 당분간 선임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국민은행은 금감원 고위직을 지낸 J씨를 상근 감사로 유력하게 검토했다가 경남기업에 대한 금감원의 편법 지원 의혹이 불거지자 사외이사로만 감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감사 역할을 제대로 할 분이 올 수 있는 상황이 될 때까지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2012년 초 금감원 출신인 S씨를 상근 감사로 영입하려다 금감원의 반대로 무산되자 상근 감사직을 없앤 적이 있다. 저축은행 부실 사태 여파로 금감원 출신의 금융사 감사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감사원이나 정치권 출신들이 금융사 상근 감사직을 잇따라 꿰차던 때였다.

신한은행은 이런 분위기를 감안, 그해 3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사외이사로만 감사위원회를 운영했다. 이후 2013년 12월27일 상근 감사직을 부활시켜 이석근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감사로 선임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