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기업 성공은 직원에게 달렸다…자발적 의욕에 불을 지펴라"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83·사진)은 2010년 2월 일본 정부와 기업재생기구의 의뢰를 받아 일본항공(JAL) 회장으로 취임했다. ‘살아있는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이나모리 회장이라고 해도 관료주의와 방만 경영에 찌들고 20조원이 넘는 부채를 진 거대 부도 기업을 되살릴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가 부임해서 가정 먼저 느낀 것은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겠지’ 하는 안이한 사고방식이 팽배해 있고, 본사와 현장의 일체감이 전혀 없다는 점이었다.

이나모리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운항 객실 정비 등 현장을 찾아다니며 직원들에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각 부문 업무의 의의를 설명했다. 경영 목적을 ‘전 사원의 물심양면의 행복을 추구한다’로 정하고, 회사 공통의 행동 지침으로 ‘JAL 철학’을 작성해 직원 모두와 공유했다.

일본항공은 전 임직원의 뼈를 깎는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으로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경영 파탄 후 2년8개월 만에 도쿄 증시에 재상장했다. 이나모리 회장은 “일본항공 재건의 최대 성공 요인은 직원들의 의식이 변하고 업무에 대한 동기가 높아져 (직원들이)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책마을] "기업 성공은 직원에게 달렸다…자발적 의욕에 불을 지펴라"
이나모리 회장은 신간 《어떻게 의욕을 불태우는가》에서 ‘직원들의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이것을 ‘경영자의 임무인 동시에 경영의 원점이자 기업을 크게 발전시키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규정한다.

이나모리 회장은 “회사를 경영할 때 어떻게 직원들의 의욕을 불러일으킬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회사를 발전시키려 한다면 경영자와 같은 마음으로 함께 일해줄 직원들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는 교세라와 KDDI(제2전신전화주식회사), 일본항공을 경영하면서 위기와 난국을 돌파한 경험을 바탕으로 ‘직원의 열의를 끌어올리는 일곱 가지 열쇠’를 제시한다. △직원을 파트너로 받아들여라 △직원의 마음을 사로잡아라 △업무의 의의를 설명하라 △비전을 높게 내세워라 △미션을 확립하라 △철학을 공유하라 △경영자 스스로 마음을 갈고닦아라 등이다.

소규모 기업일수록 경영자는 직원을 ‘경영을 함께 책임지는 공동 운명체’로 생각해야 한다. 경영자가 진심으로 직원의 마음에 호소할 때 업무 의욕이 올라간다. 마음을 사로잡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직원들에게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계속 설명해야 하며,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비전을 높게 세워 지속적으로 상기시켜야 한다.

회사의 사명과 목적도 분명히 해야 한다. 모든 직원이 공감하고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는 공명정대한 목적을 설정하는 것은 기업 운영에 중요하다. 경영자는 또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무엇을 위해 일할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경영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 결과물을 직원과 공유해야 한다. 이런 자신만의 철학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경영자는 자신의 마음을 갈고닦아야 한다.

직원의 마음을 얻고 의식을 변화시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나모리 회장이 일본항공에서 교세라 철학을 운수사업에 맞게 수정한 JAL 철학을 만들어갈 때 일류 대학을 졸업한 간부 사원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철학에서 말하는 ‘원시적 도덕관’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어린아이도 아니고 벌써 50세도 지난 성인에게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 좀…”이라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간부도 있었다. 이나모리 회장은 이에 굴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매달려 결국 의식 변화를 이끌어냈다. 그는 “간부 직원들이 경영자와 같은 수준의 경영 철학에 도달하지 못해도 사장의 사고방식과 이념을 따르는 직원이라면 소중히 여기고 그런 사람을 늘려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