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의 경영 판단을 처벌하는 업무상 배임죄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그제 한국범죄방지재단이 ‘기업 비리의 바람직한 대처 방향 모색’을 주제로 연 심포지엄에 이어, 어제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기업활동에 대한 과잉범죄화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세미나에서도 업무상 배임죄가 대폭 정비가 시급한 핵심 과제로 논의됐다. 황인학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배임죄는 예측 가능성과 명료성 원칙에 어긋나 모든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든다”고 주장했다.

배임죄는 ‘타인을 위해 그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하는 죄’(형법 제355조 2항)다. 본질적으로 ‘배신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민사사건으로 보는 게 옳다.

배임죄에 대한 보완책으로 ‘경영판단원칙’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경영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고 그 권한 내의 행위를 했다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하더라도 경영 판단을 존중해 책임을 묻지 않는 제도다. 배임죄를 처음 도입한 독일도 경영판단원칙을 법률로 명시해놓고 있다.

국내 판례도 있다. 2004년 대한보증보험의 한보그룹에 대한 특혜 보증 사건에서 대법원은 “기업 경영에는 원천적으로 위험이 있기 때문에 경영자가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기업 이익에 합치한다고 믿고 신중하게 결정했다면 결과적으로 기업에 손해가 발생해도 배임죄로 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검사들은 업무상 배임죄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다. 형벌만능주의가 반기업 정서를 올라타고 벌이는 사법 폭행이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이 “기업을 잠재적 범죄집단으로 낙인 찍는 과잉범죄화 때문에 경제치사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한 것은 절대 엄살이 아니다.

경영 판단까지 처벌하는 과잉범죄화는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고 결국 경제적 손실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반기업 정서에 바탕한 대표적 포퓰리즘 법률인 업무상 배임죄, 이제 메스를 가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