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선사 바리와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유조선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바리는 지난 21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30만DWT(재화중량톤수)급 초대형 유조선 10척(5척은 옵션계약)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조선업계에서는 척당 1억달러(약 1100억원) 수준으로 계약이 체결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전남 영암에 있는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선박을 건조해 2017년까지 인도할 계획이다. 실적 악화로 고전 중인 현대중공업에 이번 수주는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과 바리의 계약은 지난달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이사진이 현대중공업을 방문하면서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바리는 아람코 자회사로, 아람코의 원유 수송을 맡고 있다. 알리 알나이미 아람코 이사회 의장(사우디 석유광물자원장관) 등 11명의 이사진은 지난달 21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방문해 건조 중인 선박을 살펴봤다. 조선소 내에 있는 아산기념 전시실을 둘러보면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도전정신을 기리기도 했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이 이들을 안내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과 아람코 이사진이 다양한 대화를 했다”며 “초대형 유조선에 대한 논의도 자연스럽게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