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너무 서두른 '서울역고가 브랜드'
“서울역고가 브랜드를 너무 서둘러 만들다 보니 나중에 발표한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 개념이 다 빠져 버렸습니다. 브랜드를 몇 개월 만에 다시 바꿀 수는 없고….”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이같이 말하며 답답해했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서울역고가 브랜드는 ‘서울역 7017 프로젝트’. 서울역고가도로를 보행공원으로 조성하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핵심 정책이다.

서울시가 브랜드를 만들어 놓고 뒤늦게 후회하는 이유는 뭘까. 서울역 7017은 1970년에 만들어져 2017년에 다시 태어나는 고가, 1970년 차량길에 17개 보행통로 조성, 1970년에 만들어진 17m 높이의 고가 등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는 지난 1월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서울역고가 공원화 프로젝트를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역고가 공원화 사업이 서울역 일대의 전면 개발로 확대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시는 서울역 북부역세권을 조기 개발하고, 노후한 서울역 배후지역의 주거 환경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이달 초 발표했다.

서울역고가 공원화에 국한된 ‘서울역 7017’이라는 브랜드 이름이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브랜드를 너무 일찍 만들었다는 뒤늦은 후회가 시 내부에서 나오는 이유다. 지난 1일 출범한 전담 조직 명칭도 7017이 빠진 ‘서울역 일대 종합발전기획단’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번 프로젝트가 서울역 일대의 전면 도시재생이라는 사실보다는 고가 공원화로만 인식하고 있다. 시 고위 관계자는 “브랜드 명칭을 바꾸고는 싶지만 지난 1월부터 4개월 동안 대대적으로 홍보했기 때문에 이도 저도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결국 서울시가 적극적인 홍보를 위해 너무 빨리 브랜드를 만든 것이 부메랑이 돼 돌아온 셈이다. 서울역고가 공원화를 포함한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은 사대문 안 도심의 미래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중요한 프로젝트다. 앞으로 사업을 추진할 때는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조급한 홍보에서 벗어나 치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