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위 케이블TV회사 차터커뮤니케이션이 2위 타임워너케이블을 인수했다. 이번 인수로 차터는 부동의 1위 컴캐스트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최근 급속도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넷플릭스 등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까지 가세하면서 연간 10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유료TV시장의 쟁탈전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미국 케이블TV 양강 구도로 압축

차터, 타임워너 553억弗에 인수…미국 케이블TV업계 '지각변동'
차터는 2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타임워너케이블 주식을 주당 195.71달러(약 21만6500원), 총 553억3000만달러(약 61조2115억원)에 매입하는 협상을 마무리지었다고 밝혔다. 차터가 떠안을 타임워너케이블의 장기 부채까지 포함하면 인수가격은 약 787억달러에 달한다. 차터는 타임워너케이블 주주들에게 주당 100달러는 현금으로, 나머지는 자사주로 교환해주기로 했다.

2개월 전까지만 해도 업계 4위였던 차터는 지난달 업계 6위인 브라이트하우스를 104억달러에 인수했다. 타임워너마저 삼키면서 단숨에 가입자 수가 2300만명(초고속 인터넷서비스 포함)으로 늘어나 컴캐스트(2700만명)와 케이블TV시장의 양강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당초 타임워너는 컴캐스트에 인수될 예정이었으나 미국 정부의 반독점규제 때문에 차터에 기회가 돌아갔다. 미 법무부와 연방통신위원회(FCC)는 1, 2위 간 합병 시 시장점유율이 과반을 훨씬 웃돈다며 450억달러라는 금액까지 합의한 계약에 제동을 걸었다. 이 틈에 차터는 컴캐스트가 제시한 가격보다 많은 웃돈을 주고 타임워너를 가로채는 데 성공했다.

차터는 브라이트하우스 인수 과정에서 타임워너와 경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결국 두 회사를 모두 손에 넣는 성과를 거뒀다. 시장조사기관 뉴스트리트리서치의 조너선 채플린 연구원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차터가 타임워너를 인수해도 케이블TV 프로그램 전송에 필요한 광대역 통신망(브로드밴드) 점유율이 24%에 그쳐 독점규제 당국이 문제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유료TV 시장 경쟁 본격화 예고

차터, 타임워너 553억弗에 인수…미국 케이블TV업계 '지각변동'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인수합병(M&A)이 미국 케이블TV산업이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 상황에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으로 급속히 옮겨가면서 위기에 처한 미국 케이블TV업계가 생존을 위해 합종연횡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미국케이블통신협회(NCTA)에 따르면 1992년 케이블TV의 유료 TV시장 점유율은 92%에 달했지만 2013년엔 53%까지 추락했다. 대신 위성TV와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서비스 회사가 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넷플릭스 가입자는 지난해 말 기준 4000만명으로 컴캐스트를 제치고 유료TV 시장 1위에 올라섰다. 위성TV 서비스업체 다이렉트TV와 디시의 가입자도 각각 2040만명과 1400만명으로 전체 유료TV 시장 기준 3위와 4위에 올라 있다.

FT는 케이블TV업체 간 M&A가 스트리밍 서비스업체에 대응할 몸집을 키워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콘텐츠 제작사와의 구매력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최근엔 유럽 업체까지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미국 케이블TV업체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이번 타임워너 인수전에도 유럽의 다국적 통신업체 알티스가 차터와 막판 경쟁을 벌였다. 알티스는 최근 가입자 120만명의 미국 7위 케이블TV업체 서든링크를 91억달러에 인수했다.

FT는 알티스가 타임워너 인수전에서 차터에 패배한 것이 미국 시장에서의 후퇴를 뜻하지는 않는다며 알티스가 추가 M&A를 통해 미국 시장점유율을 높여 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