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미국 부식학회에서 연구한 '세계 부식지도'를 바탕으로 과거에는 시장 특성에 맞게 차체 강판의 방청 성능을 현지화했으나 지금은 국내에서도 겨울철 제설제 사용량이 많아져 부식가혹지역인 북미와 동일한 아연 도금 처리한 '방청강판'을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을 블로그에 게시했다. (사진 출처=현대차 블로그)
현대차는 미국 부식학회에서 연구한 '세계 부식지도'를 바탕으로 과거에는 시장 특성에 맞게 차체 강판의 방청 성능을 현지화했으나 지금은 국내에서도 겨울철 제설제 사용량이 많아져 부식가혹지역인 북미와 동일한 아연 도금 처리한 '방청강판'을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을 블로그에 게시했다. (사진 출처=현대차 블로그)

[ 김정훈 기자 ] "내수와 수출 모델을 똑같이 만들어 달라", "내수용은 녹이 너무 많이 생긴다", "현대차 강판은 쿠킹호일처럼 약하다"

현대자동차 관련 기사를 보다가 자주 접하게 되는 인터넷 댓글이다. 기사를 검색하다 보면 댓글에는 심심찮게 '현대차는 쿠킹호일' '내수와 수출 차량의 역차별' 같은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쏟아진다.

올 들어 현대차는 이러한 오해 풀어주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차 공식 블로그에 '토크 H'를 개설한 데 이어 지난달부터 '현대차에 말한다-오해와 진실'이라는 코너를 통해 고객과 소통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객들의 아낌없는 조언과 의견을 수렴하는 창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

26일 현대차에 따르면 최근 회사 측은 '오해를 풀어드립니다'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블로그 '토크 H'에 접속하면 자동차강판 부식을 막는 지역별 방청 수준의 차이와 내수-수출 강판 차별에 대한 오해를 주제로 올라온 게시물을 볼 수 있다. 이어 초고장력강판(AHSS)을 주제로 2편에 걸쳐 심도 있게 다루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커뮤니케이션실을 신설하고 제품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한 행보를 펼치고 있다. 류창승 현대차 국내커뮤니케이션 실장(이사)은 "연구소, 생산, 마케팅 등 여러 부서들로부터 데이터를 받은 후 사실 관계를 최종 확인해 올리는 과정을 거친다"며 "오해가 있던 고객들과 자동차 애호가, 자동차 관련 학생들에게도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현대차가 고객 소통을 강화하고 나선 배경에는 내수 시장에서 점유율 하락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수입차 공세 심화에 따른 내수 점유율이 40% 아래로 떨어지면서 위기감이 회사 내에 팽배해지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류 실장은 "회사가 그동안 급속히 성장하는 과정에서 고객들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면서 "서비스, 마케팅, 영업 등 고객접점에서 이루어지는 소프트웨어적 품질도 최고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가 다른 수입차에 비해 초고장력강판 적용 비율이 낮아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에 대한 사실 확인을 위해 인장강도를 말하는 'MPa'라는 객관적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는 내용도 블로그에 언급돼 있다. 590MPa급 이상(AHSS, 초고장력강판) 적용 비율이 제네시스와 쏘나타가 타사에 비해 높고, 780MPa급 이상의 적용 비율로 따져 봐도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초고장력강판을 적용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 출처=현대차 블로그)
현대차가 다른 수입차에 비해 초고장력강판 적용 비율이 낮아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에 대한 사실 확인을 위해 인장강도를 말하는 'MPa'라는 객관적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는 내용도 블로그에 언급돼 있다. 590MPa급 이상(AHSS, 초고장력강판) 적용 비율이 제네시스와 쏘나타가 타사에 비해 높고, 780MPa급 이상의 적용 비율로 따져 봐도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초고장력강판을 적용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 출처=현대차 블로그)
오프라인에서도 현대차 연구원들이 직접 현장에서 고객들을 만나 오해들을 풀어주는 데 앞장서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 제기되는 각종 의혹을 풀어주기 위해 네티즌 초청 행사도 열고 있는 것.

현대차는 쏘나타 하이브리드 차량의 후방 추돌시 배터리 폭발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3월 네티즌 30명을 남양연구소로 초청해 테스트를 열었다. 또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DCT) 충격이 심하다는 주장이 나오자 안티 커뮤니티로 유명한 보배드림 회원들과 품질체험 시승회를 여는 등 인터넷 여론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차는 앞으로 블로그를 통해 고객들의 의문과 의혹을 풀어주기 위한 소통 기회를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고, 고객과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블로그 채널을 모르는 고객들이 많은데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류창승 이사와의 일문일답.

현대차 "고객 오해 풀어드립니다"…확 달라진 블로그 소통
- 현대차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들은 무엇인가?

▶ 판매대수가 가장 많은 회사다보니 아무래도 차와 관련한 이런저런 의견 교환들이 많은 편이다. 단순한 상호 문의와 답변도 있지만 실제로 품질 관련 불편을 겪고 있는 경우도 있다.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최상의 품질 구현을 위해 최근 매일매일 온라인 모니터링을 시행하고 있는데 실제 품질 이슈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들을 추려내 관련 부서들에 확인을 요청하고 조속한 시일내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업무로 다뤄지고 있다. 차체 설계, 안전 사양, 강판 두께 등에 대한 내수-수출 역차별 같이 꽤 오래된 오해와 루머들도 존재한다. 사실 그동안 소통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이렇게 잘못 알려진 여러 사안들에 대해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하지만 자세히 고객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 바로 현대자동차 블로그(http://blog.hyundai.com)내 ‘오해와 진실’ 코너다. 지난달 중순, 지역별 방청 수준의 차이, 내수-수출 강판 차별에 대한 오해를 주제로 첫 편을 올렸고 이후 초고장력강판을 주제로 2편에 걸쳐 심도 있게 다루는 게시물을 올렸다. 연구소, 생산, 마케팅 등 여러 부서들로부터 데이터를 받은 후 사실 관계를 최종 확인해 올리는 과정을 거치는데, 사실 재미는 조금 없을지 몰라도 국내 최고의 연구개발.생산 전문가들이 알려주는 양질의 콘텐츠라고 자부한다. 오해가 있던 고객들을 포함해 자동차 마니아, 자동차 관련 학생들에게도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 단기간 고객의 오해를 씻기는 어렵다고 본다. 앞으로 어떤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는가?

▶ 결국은 기본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자동차 회사의 기본은 우수한 자동차이고, 고객들은 우수한 자동차를 타며 결국 그 회사의 개발 철학과 비전을 보게 될 것이다. 회사가 그동안 급속히 성장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고객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린 것도 많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노력도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국내 고객들의 성원과 지지 덕분에 지금의 현대자동차가 존재함을 감안하면 많이 안타깝고 죄송할 따름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기본 중의 기본’인 자동차, 그 자체부터 회사는 혁신을 이뤄내고 있다. 신형 제네시스와 쏘나타에 이어 최근의 투싼에 이르기까지 강건한 차체에 기반한 든든한 승차감, 최상의 R&H(Ride & Handling), 만약의 경우를 감안한 최고 수준의 안전성 구현을 통해 현대차만의 상품 정체성(Product Identity)을 더욱 확고히 해나갈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객들의 충고와 비판 하나하나를 더 빠른 개선을 위한 소중한 조언으로 여기고 언젠가는 현재의 ‘불만’과 ‘애증’을 ‘만족’과 ‘사랑’으로 바꾸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지금 당장은 이것이 어렵고 힘들어 보이지만, 열린 마음과 겸허한 자세로 고객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언젠가는 이를 이뤄내겠다는 목표가 조직 구성원 모두에게 있다. 차근차근, 하지만 힘있게 한발 한발 나아가겠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