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재용 정점 지배구조 단순화…승계 마무리 시나리오는?(종합)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키로 하면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이 8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삼성그룹 순환출자구조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됐기 때문이다.

중간금융지주 전환 이슈가 있는 삼성생명에 대한 그룹 오너일가의 지배 여부만 해결되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서 이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경영권 승계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되는 셈이다.

◆ 이 부회장, 합병 후 지분 16.5% 보유…지배구조 단순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26일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제일모직 기준주가에 따라 산출된 합병비율인 1대 0.35로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소멸사인 삼성물산 주주 입장에서는 1주당 제일모직 주식 0.35주를 교부받는 셈이다.

이번 합병으로 현재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하고 있는 이 부회장의 지분은 16.5%가 된다. 현재 각각 7.8%씩을 보유하고 있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은 합병 후 5.5% 지분을 갖는다.

이건희 회장은 현재 제일모직 지분 3.4%와 삼성물산 지분 1.4%를 보유 중이다. 합병비율에 따라 합병 후 이 회장이 2.9%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 오너 일가의 지분은 30.4%에 달한다.

그룹 지배구조도 단순화됐다. 기존 삼성그룹 순환출자구조는 최정점에 있던 제일모직을 시작으로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I→제일모직 순이었지만, 두 회사의 합병으로 삼성물산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로 단순화된다.

제일모직은 현재 삼성생명 지분 19.3%를 갖고 있고, 삼성물산은 삼성전즈의 지분 4.06%를 보유 중이다. 제일모직이 지배하는 삼성생명 또한 삼성전자 지분 7.21%를 보유하게 돼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은 더욱 공고히 해지는 셈이다.

제일모직이 지주사가 되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 여부가 시장에서 재부각될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중간금융지주 전환에 대한 기대감도 재점화될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전환을 공식화한 이후 자회사 행위제한의무(지분 매입과 처리) 유예기간은 4년으로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며 "두 회사 합병으로 제일모직의 삼성전자 지배가 현실화되고 지주사 전환 방향성도 잡혔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 오너 일가, 바이오사업 영향력 확대…삼성물산 주총 통과는 관건

이번 합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부수적 효과는 삼성그룹의 신수종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바이오 사업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각각 46.3%와 4.9% 보유하고 있다. 이를 합치면 지분이 50%를 넘게 된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이미 2011년 삼성의 바이오사업 출범에 함께 참여한 바 있다.

오진원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나눠서 보유하고 있던 바이오로직스 지분을 합치게 되면서 대주주로 올라서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이는 제일모직을 통한 바이오사업의 지배력 강화라는 방향성이 더욱 구체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다만 합병비율 산정과정에서 삼성물산 측에 다소 불리하다는 평가가 나와 오는 7월로 예정된 삼성물산의 합병 임시주주총회를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에 도출된 합병비율은 제일모직 대 삼성물산이 1대 0.35다. 우선주에 대해서도 동일하다.

제일모직의 주가는 연초 대비 유사한 수준이지만 삼성물산 주가는 올해 초보다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 부회장의 지분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 합병을 해야 안정적인 경영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제일모직의 주가가 오르고 반대로 삼성물산의 주가가 하락할수록 합병비율은 이 부회장 측에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삼성물산이 주주들에게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액은 5만7234원으로 삼성물산 전 거래일 종가인 5만5300원보다 높다. 현재 주가 수준이 유지된다면 삼성물산 주주들은 합병에 찬성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합병을 하게 된다면 장기적인 성장성으로 봤을 땐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이번 합병비율은 삼성물산 측에 불리하게 산정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재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과 유사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해"라고 설명했다.

백 연구원은 이어 "현재 삼성물산 측은 자체적으로 지배주주를 포함해 20% 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며 "어느 정도의 우호지분을 확보해놨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하 /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