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재용 지배력 강화…'불리한' 삼성물산, 주총 통과 관건"
"이재용 부회장, 그룹 내 영향력 강화" 평가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비율…주총 통과 관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최정점에 올라 있는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한다. 이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지는 결과로 경영권 승계 목적을 위한 최근 그룹 내 사업구조 재편의 일환 아니겠느냐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 측에 다소 불리하다는 평가 있어 합병 주주총회 통과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26일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제일모직이 기준주가에 따라 산출된 합병비율인 1대 0.35로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식이다. 소멸회사인 삼성물산 주주 입장에서는 주식 1주당 제일모직 주식 0.35주를 교부받는 셈이다.

두 회사는 오는 7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오는 9월1일자로 합병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합병 후 사명은 삼성그룹의 모태를 상징으로 한 '삼성물산'으로 정했다.

이번 합병을 통해 이 부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삼성물산이 그룹 내 최대 영업력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4.1%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서 배당금 등 현금 흐름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고, 지주사 전환을 가정하면 브랜드 수수료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분기 기준 제일모직 지분 23%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지난해부터 제기돼왔던 시나리오"라며 "이 부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이 더욱 확대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또한 "제일모직의 순자산가치가 4조7000억원 가량인 데다 시가총액도 상장 6개월 만에 22조원까지 불어난 상태"라며 "그룹 재편 과정에서 합병의 적기라고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합병비율 산정과정에서 삼성물산 측에 다소 불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에 도출된 합병비율은 제일모직 대 삼성물산이 1대 0.35다. 우선주에 대해서도 동일하다.

제일모직의 주가는 연초 대비 유사한 수준이지만 삼성물산 주가는 올해 초보다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 부회장의 지분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 합병을 해야 안정적인 경영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제일모직의 주가가 오르고 반대로 삼성물산의 주가가 하락할수록 합병비율은 이 부회장 측에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삼성물산이 주주들에게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액은 5만7234원으로 삼성물산 전 거래일 종가인 5만5300원보다 높다. 현재 주가 수준이 유지된다면 삼성물산 주주들은 합병에 찬성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합병을 하게 된다면 장기적인 성장성으로 봤을 땐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이번 합병비율은 삼성물산 측에 불리하게 산정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재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과 유사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해"라고 설명했다.

백 연구원은 이어 "현재 삼성물산 측은 자체적으로 지배주주를 포함해 20% 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며 "어느 정도의 우호지분을 확보해놨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