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동향간담회 주재…"5월에도 수출부진 이어져 우려"
"내수, 완만하지만 개선조짐…성장경로상 불확실성 높아진 상황"


이주열 "옐런 '금리인상' 발언에 시장 불확실성 커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연내 금리인상 시사 발언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올 들어 부진한 수출은 5월에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단기간에 돌파구가 마련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26일 오전 한은 본관 15층 소회의실에서 경제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해 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지난주 연내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서 앞으로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과 자금흐름을 잘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옐런 의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한 지역 상공회의소 연설에서 "올해 안 어느 시점에는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높이기 위한 초기 조치에 나서고 통화정책의 정상화 절차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수의 전문가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올 9월로 예상하는 상황에서 옐런 의장의 이런 발언은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옐런 발언에 달러화 가치는 오르고 뉴욕 주가와 국제 금값이 하락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 총재는 앞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꼭 한국의 인상으로 이어져야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보였지만, 이날 발언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만큼 추이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5월 수출도 20일까지 지표를 보니 4월과 비슷한 감소세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수출 부진이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이 총재는 "수출 부진은 저유가 영향도 있지만 글로벌 교역의 회복 자체가 부진한 데 따른 영향이 크다"며 "수출부진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고 대다수 국가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어서 우리가 특히 부진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 총재는 "주요 선진국의 수출의존도(명목 국내총생산 대비 수출금액 기준)가 10%대인 반면 한국의 수출의존도는 40%대"라며 "수출의존도가 크다 보니 수출 부진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수출부진은 중국의 성장 둔화, 엔화 약세 등 단기간에 쉽게 해소될 수 없는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현 경기에 대해서는 "4월 전망 때 내놨듯이 내수는 완만하지만 개선조짐을 보이고 수출은 부진하다"며 "우리가 본 성장경로상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새로 입수되는 지표들이 성장전망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평가하고 또 그것들이 성장이나 물가부담, 가계부채의 리스크에 어느 정도 영향 주는지를 종합적으로 보면서 (통화정책을) 판단하겠다는 것이 금융통화위원회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입수되는 데이터로 판단(Data Dependence Policy)'하거나 '회의 때마다 적절히 판단(Meeting by meeting basis)'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옐런 의장의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소비회복과 관련해서는 "오늘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를 보니 소폭이기는 하지만 조금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나서 다행"이라며 "어제 나들이객이 많았다는 뉴스를 보며 소비 증대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