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대북제재를 풀어버리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책임자 문책은커녕 5년째 사과 한마디 없는 북한이다. 오히려 핵실험을 반복하고 이젠 SLBM이라는 새로운 협박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참 무책임하거나 순진한 주장이다.

북한은 당국 간 대화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제재 해제만 요구하고 있다. 엊그제는 5·24 제재 5주년을 맞아 뒤늦게 남북 공동조사를 주장하기도 했다. 김정은체제 이후 종잡을 수 없는 북의 행보를 보면 이전보다 한층 예측불가다. 잇단 무력 협박 와중에 제재 해제 요구로 남·남 갈등을 시도하는가 하면 개성공단에선 일방적으로 임금을 올리려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하루 전에 불쑥 가로막는 행태만 봐도 정상적인 국가집단의 모습은 아니다. 군부 2인자 현영철의 공개처형설도 극단적 공포사회의 단면이다. 제재를 풀 만큼 변하기는커녕 점점 더 위험천만한 폐쇄집단으로 전락해간다.

문제는 우리 내부의 목소리다. 일부 사회단체와 경협 기업인의 반복되는 해제 주장은 그렇다 치자. 국회에서조차 성급한 해제론을 펴니 참으로 걱정이다. 대변인 브리핑으로 “정부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한 새정치민주연합은 북이 비슷한 모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어떻게 확신하나. “북의 책임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공식 논평은 내놨지만 새누리당에서조차 ‘유연한 조치’ 운운하는 순진한 목소리가 일부 있다고 한다. 외부와 담쌓고 감행하는 일련의 무력 도발이 막연한 유화론자들에겐 보이지도 않나. 북의 실상에 눈감은 채 온정적인 제재 풀기로 북을 변화시킬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확고한 자세가 중요하다. 북이 개성공단 임금에 대해 ‘선 지급 후 소급 정산’으로 한발 물러선 듯한 입장으로 돌아선 것도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열고 싶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남북문제는 국내 정치의 종속 변수도 아니다. 더구나 김정은체제가 안정적이지 못한 징후가 여러 갈래에서 보인다. 원칙과 일관성 있는 대응만이 북을 변화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