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 산업을 준비하고 있는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세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고급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전언이다.

최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한 반도체업계 전문가는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준비하는 BOE 등이 한국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며 “임원급은 연봉의 5배, 엔지니어는 2배까지 부르고 있다는 소문이 헤드헌팅업계에 파다하다”고 전했다.

특히 BOE의 움직임이 적극적이라고 한다. BOE는 2002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의 LCD 사업부인 하이디스를 인수하면서 LCD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에도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의 고급 인재를 꾸준히 영입하며 사업을 키워왔다.

삼성과 SK하이닉스 측에선 이 같은 움직임에 “크게 우려할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도 그 안에 수많은 분야가 있고 각각의 전문가가 따로 있다”며 “한두 명을 데려간다고 해서 수십년간 쌓은 노하우를 그대로 베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퇴직 후에는 ‘동종업계 2년간 취업 제한’ 등의 규정도 있다.

하지만 외부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메모리반도체 업계가 기술적으로 큰 변곡점에 와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D램과 낸드플래시는 회로 간 선폭을 줄이는 ‘미세화’ 방식을 통해 성능과 생산효율을 높인다.

하지만 최근 더 이상 미세화를 진행하기 힘든 수준까지 기술 진보가 이뤄지면서 업체들은 반도체를 위로 쌓는 3차원(3D) 공법을 택하고 있다. 3D 낸드플래시는 단순히 평면 제품을 위로 쌓는 것이 아니다. 반도체 기본 소재부터 완전히 바꿔야 한다. 만약 삼성이 지난해부터 양산을 시작한 ‘신제품’인 3D 낸드의 핵심 소재를 알고 있는 인재가 중국으로 넘어갈 경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도 1980년대 후반 메모리반도체 셀을 어떤 방식으로 배열할지를 놓고 기술적 변곡점이 왔을 때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한 메모리반도체 업체 고위 관계자는 “중국은 지금이 30여년 만에 찾아온 한국을 추월할 최적의 기회라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