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베흐 지역의 공공임대주택 단지. 이현진 기자
프랑스 파리 베흐 지역의 공공임대주택 단지. 이현진 기자
지난 3월 프랑스 파리 도심 곳곳에는 ‘파리아비타(Paris habitat) 100주년 전시회’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었다. 파리아비타는 파리의 공공임대주택(사회주택) 공급 및 관리, 재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파리시 산하 공기관이다. 1914년 설립돼 지난해 100주년을 맞은 이 기관은 올해 기념 전시회를 열었다. 100년의 공공임대주택 역사를 연대기별로 정리했다. 베르트랑 브렛 파리아비타 대표는 “임대주택은 보통 40~50년이 지나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며 “설립 100년이 넘은 파리아비타는 이제 임대 수익을 빚 갚는 데 쓰지 않고 사업비로 쓰기 때문에 운영이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임대주택 비중 30%로 높인다”

프랑스는 유럽연합(EU) 안에서도 대표적인 ‘임대주택 선진국’으로 꼽힌다. 임대주택 수만 놓고 보면 네덜란드가 가장 앞서지만, 일관된 임대주택 정책을 통해 법안을 새롭게 내놓고 신규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측면에선 그렇다.

현재 프랑스 공공임대주택은 460만여가구로 전체 가구 수의 14% 수준이다. 월평균 임대료는 ㎡당 5~12유로(약 6000~1만4000원)로 파리 시내 일반 임대료(22유로)의 3분의 1 수준이다. 새로 건설되는 임대주택은 연평균 10만여가구로, 기존 임대주택 교체 입주자까지 감안하면 매년 45만여가구가 새로 입주한다. 유럽 상당수 국가는 공공부문 임대주택 신규 공급을 줄인 상태지만, 프랑스는 여전히 신규 공급이 활발하다. 지난해 초 프랑스 국회를 통과한 ‘도시주거재생법(ALUR법)’ 덕분이다. 이 법에 따르면 수도권 내 인구 1500명 이상인 지방자치단체, 전국 기준 3500명 이상인 곳은 전체 주택의 25%를 공공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한다.

파리는 전체 주택의 20%가량이 공공임대주택이다. 브렛 대표는 “파리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2025년 25%, 2030년엔 30%까지 높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15년간 일관된 정책 추진

프랑스가 임대주택 공급을 장기간 지속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브렛 대표는 이에 대해 “파리아비타는 100년 역사를 가진 공기관”이라고 짧게 답했다. 예컨대 한국의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금 겪고 있는 재정난은 프랑스에선 이미 1980년대에 겪은 일이라는 설명이다. 파리아비타를 비롯해 공공임대주택을 짓고 운영하는 모든 단체는 빚을 져야만 하기 때문에 재정난을 겪었는데, 15년 가까이 운영관리시스템을 계속 개선하면서 해결 방안을 찾았다. 시스템 전산화, 체계적인 임대료 미납관리, 주택 유지·보수 시스템 개선 등이다.

현재 파리아비타의 임대료 연체율은 연 2% 내외에 불과하다. 연 23%에 달하는 LH 연체율의 10분의 1 수준이다. 첫 달 임대료를 내지 않으면 전화를 하고, 둘째 달은 편지, 셋째 달부터는 찾아간다. 세입자와 지속적으로 접촉하는 게 연체율을 낮추는 방법이다.

임대주택 유지·보수도 마찬가지다. 파리아비타 자산의 75%는 공공임대주택이다. 1980년대에는 임대주택 유지·보수를 거의 하지 않았는데, 그러다가 큰 사고가 터지면 엄청난 돈을 들여서 보수를 했다. 지금은 정기 점검을 통해 비용을 최소화한다.

지난 100년간 파리아비타의 역할은 두 번 바뀌었다. 집을 짓는 건설업체(하드웨어)에서 사회적 기업(소프트웨어)으로 옮겨 갔다는 설명이다. 파리아비타는 최근 7년간 주거상담사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파리=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