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직원들은 요즘 지방 출장이 잦다. 변호사와 세무사들이 프라이빗뱅커(PB)와 함께 상속·증여와 관련한 상담을 벌이는 ‘노블 아카데미’가 입소문을 타면서 지방에서 상담 요청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국민·우리·신한은행 등도 증여 상담 등을 통한 이른바 ‘가문 관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4대 시중은행에만 올 들어 4월 말까지 2000건 넘는 상속·증여 관련 상담문의가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이정희 기자 ljh994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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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시중은행 PB센터에 따르면 증여를 계획하는 부자들이 공통으로 하는 질문은 ‘어떤 재산을,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물려줘야 할까’다. 주요 은행 세무사 등의 조언을 바탕으로 핵심 절세 방안 네 가지를 소개한다.

(1) 저평가 재산을 먼저 넘겨라

배정식 하나은행 신탁부 팀장은 최근 고객으로부터 ‘10억원대의 아파트와 상가 건물 중 자녀에게 어느 것을 증여하면 좋겠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증여재산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평가액이 낮은 상가부터 증여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증여재산은 시가로 평가하는 게 원칙이지만 시가 평가가 용이한 아파트와 달리 상가는 시가의 절반 수준인 기준시가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유사 매매사례가 적어 시가 평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배 팀장은 “증여세를 줄이기 위한 기본 원칙은 ‘현재 평가액이 가장 낮은 재산’이나 ‘향후 가치상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재산’부터 증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5년 전 증여받은 현금 1억원을 투자를 통해 1억5000만원으로 불렸다면 부모 사망으로 상속이 개시됐을 때 1억원만 상속재산에 합산된다. 현행 세법은 증여받은 재산이 늘어난 데 대한 추가 상속·증여세는 물리지 않기 때문이다.

(2) 며느리, 사위 명의를 활용하라

세무당국은 상속이 개시되기 전 증여한 재산이 상속재산과 합산 대상인지, 제외 대상인지 여부를 판단한다. 배우자와 자녀들은 1차 상속인이며 이들에 대해 증여한 것은 상속개시일 10년 이내까지 합산한다.

반면 며느리, 사위, 손주 등은 1차 상속인에서 제외된다. 이들에게 증여한 재산은 상속개시일부터 소급해 5년 내 증여한 재산만 상속재산에 합산한다. 예를 들어 7년 전 아들에게 증여한 1억원은 상속재산에 포함되지만 며느리에게 증여한 1억원은 포함되지 않는다.

황재규 신한은행 세무사는 “아들에게 준 재산이 어차피 다음에 며느리나 손주에게 분산될 것을 고려하면 세금도 줄이고, 다시 쪼개는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측면에서 며느리, 사위를 활용해 증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3) 빚도 같이 물려줘라

50억원짜리 건물을 가진 B씨는 건물 매입 때 빌린 대출금 20억원까지 함께 아들에게 증여하기로 했다. 이 건물의 기준시가는 30억원가량이지만 현행 세법은 대출금 20억원을 뺀 나머지 10억원에만 증여세를 매기기 때문이다. 이른바 ‘부담부증여’다. 전체 재산가액에서 채무를 제외한 부분만 증여세를 계산하는 것이다. 다만 증여자는 채무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정진형 국민은행 세무전문위원은 “은행 대출은 물론 아파트 전세금이나 상가 보증금도 부채로 들어간다”며 “통상 단순 증여 때보다는 부담부증여 때 증여세가 적다”고 말했다.

(4) 공제제도, 아는 만큼 덜 낸다

증여세 없이 증여할 수 있는 공제제도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배우자에겐 10년 누적 6억원까지 세금을 내지 않고 증여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직계비속에 대해 성년(만 19세 이상)이면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는 금액이 종전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많아졌다. 미성년 자녀는 기존 1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상향됐다.

박정국 외환은행 세무사는 “증여공제는 10년 합산으로 계산되는 만큼 서두를수록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는 금액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김일규/박한신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