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금융회사는 빅데이터로 날개를 달고 있는데 국내 금융회사의 빅데이터 활용은 걸음마 수준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권 빅데이터 활용과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그 원인을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지나치게 엄격한 국내 규제체계에서 찾았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뒤떨어진다는 마당에 규제가 미래의 경쟁력까지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서 빅데이터 활용은 이미 광범위한 분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이번 세미나에서도 소개됐지만 독일 알리안츠생명은 빅데이터를 마케팅 등 고객관계관리(CRM)에 적극 활용해 맞춤형 상품을 제공한 결과, 기존 고객의 추가보험 가입률을 5%나 높였다는 것이다. 미국 자동차보험 1위 회사인 프로그레시브도 마찬가지다. 빅데이터로 보험가입자의 운전 습관을 파악해 요율 산정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금융회사는 현 개인정보 규제체계 아래선 빅데이터가 그림의 떡이라고 말한다. 당장 데이터 자원 확보부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등 무려 8개 법령이 딱 버티고 있는 탓이다. 특히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시중에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를 활용할 때도 개별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기업이 데이터를 활용하려 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가 무슨 사고라도 터지면 또 그걸 빌미로 규제가 끝도 없이 추가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미국은 온갖 개인정보 보호 규제를 다 동원하는 우리와 달리 기본적 법적 장치는 갖추되 정보유출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송을 통해 사후제재를 가하는 방식이다. 말로만 빅데이터 육성 운운할 게 아니라 기업이 빅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길부터 터줘라.